사진 : 삼성SDI, 지름 18mm, 높이 65mm
다시 뜨고 있는 원통형 배터리
원통형 배터리는 1991년 일본 소니에 의해 처음 상용화된 지름 18㎜, 길이 65㎜의 원통모양의 배터리다. 정확하게 규격화 되어있어 대량 생산이 쉽고, 주머니형, 각형 등 다른 모양의 배터리에 비해 가격도 20~30% 이상 싸다. 에너지 밀도도 높기 때문에 순간적으로 강한 출력을 낼 수 있다. 하지만 구조상 외부 충격을 받으면 성능이 급격하게 저하되고, 원통형 모양 때문에 배터리가 들어가는 제품을 얇게 만들기 어렵다는 단점을 갖고 있어 시장에서 점점 사라져갔다. 2000년대 후반부터는 특히 모바일·IT 기기가 작고 얇아지면서 원통형 배터리가 주머니형 배터리에 밀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러한 구시대 배터리가 다시 각광 받고 있다. 값싼 가격 경쟁력과 오랜 기간 동안 검증된 안정적인 성능 때문에 전기자전거와 전동공구용에 사용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무선 전동공구, 무선 청소기, 전기자전거 등 비(非)IT 분야에서 원통형 배터리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 이런 제품군들은 굳이 한 손에 들어올 만큼 작고 얇을 필요가 없고, 충분한 양의 완충재를 넣어 배터리 성능을 지킬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원통형 배터리는 전기차에서도 쓰이기 시작해 주목을 받고 있다. 미국의 자동차 회사인 테슬라는 최근 보급형 전기차인 '모델3'를 출시했는데 여기에 파나소닉의 원통형 배터리 7000개를 장착했다. 원통형 배터리가 놀라운 이유는 한번 완전 충전했을 때의 최대 주행거리가 기존 전기차의 두 배 수준인 346㎞까지 늘어났다는 점이다. 모델3의 예약주문 물량은 개시 1주일 만에 32만5000대를 넘어섰는데 그대로 판매 될 경우 원통형 배터리의 수요 또한 매우 크게 발생하게 된다. 최근 국내에서 판매 열풍이 불었던 샤오미의 대용량 보조 배터리에도 원통형 배터리가 장착되었고 시장조사업체 B3에 따르면 전 세계 원통형 배터리 판매량은 지난해 약 19억셀(배터리를 세는 기초단위)에서 올해 20억셀을 넘길 전망이다.
원통형 배터리의 폭발적인 수요 성장세를 의식해 배터리 업체들은 생산 설비를 잇따라 확충하고 있다. 삼성SDI는 현재 중국 톈진(天津)공장에 원통형 배터리 생산 설비를 확충했고 생산량을 20% 가량 늘리고 있다. 삼성SDI에서 생산한 원통형 배터리는 중국 전기차 업체 JAC의 전기차와 샤오미의 전기자전거에 탑재된다. LG화학도 현재 중국 난징공장에 750억 원을 투자하여 원통형 배터리 생산 설비를 증축하고 있다. 사라질 뻔 한 시장에서도 새로운 길이 열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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