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리온, 장년층 취약계층 지원 앞장
일을 하고 싶어도 일 할 자리가 없어서 일을 못하는 사람만이 일자리를 찾는 절박함을 알 수 있다. 그래서 재취업이 되면 놓치기가 싫어서 더 열심히 일한다. 우리나라 50대 60대 퇴직자 노인도 아닌 청춘들을 재고용해서 중소기업도 살리고, 국가, 가정 모두가 행복해지는 아이디어가 있어서 소개 합니다.
일할 사람이 없는 중소기업을 위한 아이디어
2015-06-04
“일할 사람이 부족하니 노인을 고용합시다.”
2001년 초 일본 기후현 나카쓰가와시에 있는 금속 부품업체 가토제작소 회의실에선 열띤 토론이 벌어졌다. 당시 전무였던 가토 게이지)가 주말에만 일할 사람을 찾아야 한다며 노인을 고용하자고 주장한 것이다. 낮은 납품 가격과 짧은 납기를 요구하는 대기업들의 요구를 맞추기 위해 새로운 직원이 필요했다. 하지만 인건비가 늘어나는 것은 부담이 컸다. 가토 전무는 시간제 노인 채용을 통해 이를 해결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임원들은 노인에게 일을 시키는 것은 위험할 뿐만 아니라 오래 일하지도 못할 것이라며 반대했다. 가토 전무는 단호했다. 자신이 모든 책임을 지겠다며 채용을 밀어붙였다.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60세 이상 노인을 시간제로 고용한 덕에 공장은 365일 돌아갈 수 있었고 제품의 경쟁력도 높아졌다. 3년 만에 이익은 3배로 늘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엔 노인 직원들이 자발적으로 단축 근무를 실시해 비용을 절감했다. 덕분에 1888년 가래나 괭이를 만들던 가토제작소는 현재 직원 수가 100명이 넘는 기업으로 성장했다. 대장간을 현대적인 부품회사로 만든 데는 노인 채용 등 새로운 전략을 시행한 가토제작소의 4대 사장인 가토 게이지의 역할이 컸다.
가토 사장은 1961년 기후현에서 태어나 아이치공업대학을 졸업했다. 대학을 졸업한 뒤 증조할아버지가 세운 가토제작소에 들어가는 대신 도요타자동차 계열사인 기후차체공업에 입사했다. 다양한 경험을 쌓기 위해서였다. 여기에서 3년간 근무한 뒤에도 회사로 들어오라는 아버지의 제안을 거절하고 1986년 미쓰비시전기의 해외 사업부인 텔레비전 제조회사에 취직해 싱가포르와 미국에서 근무했다. 가토 사장은 자서전에서 “중소기업이라고 해도 세계 시장을 알아야 한다는 판단에서였다”며 “외국에서 일하면서 영어를 공부하고 현지 시장과 제조 과정 등을 익혔다”고 말했다.
가토 사장은 1988년 일본으로 돌아와 가토제작소에 입사했다. 회사에 들어온 그가 제일 강조한 것은 직원이었다. 직원이 중심이 돼야 회사가 오래 운영될 수 있다고 생각해서다. 가토 사장은 “회사는 직원을 위한 것으로 이들의 노고에 보답하기 위해 이익을 내야 한다”며 “회사의 이익은 직원과 그 가족의 행복을 위해 분배해야지 사장이나 주주를 우선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가토제작소에는 ‘고마바손주쿠’라는 직원 교육제도가 있다. 가토 사장이 1988년 입사해 만든 제도다. 1980년대 일본 경제는 호황을 누리고 있었다. 일자리는 넘쳤고 좋은 조건을 따라 직원들의 이직이 잦았다. 기술을 익힌 직원들이 이탈할 때마다 적당한 사람을 구하기가 어려웠다. 가토 사장은 직원이 그만두지 않고, 새로운 직원이 잘 적응해 회사를 옮기지 않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 고민의 결과가 제대로 된 직원 교육을 실시하는 것이었다. 1989년 신입사원들을 대상으로 3박4일 일정의 연수를 진행하기 시작했다. ‘시간을 지킨다’ ‘인사를 잘한다’와 같이 사회인으로 갖춰야 할 기본 예절부터 업무 미팅과 보고서 작성 방법도 가르쳤다. 고마바손주쿠는 신입사원들의 애사심을 키우는 데 도움이 됐고 10년 전부터는 직원 전체에 확대 적용되고 있다.
가토 사장은 기술 교육에도 적극적이다. 가토제작소는 ‘대장장이 학교’라는 기술 전문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직원들에게 전문적인 기술을 가르쳐서 경쟁력을 얻기 위한 것이다. 금형제조, 선반작업, 용접작업, 프레스 작업 등 제조 분야마다 커리큘럼을 만들고 사내 기술자가 직접 만든 교과서로 강의하고 실기도 지도한다. 숙련공이 실무와 이론을 직접, 자세히 가르쳐서 기술을 빠르게 습득하게 하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분야에 따라 면허나 자격이 필요하면 회사가 모든 경비를 부담해 시험을 볼 수 있도록 지원한다. 가토 사장은 “직원들이 가진 기술이 곧 회사의 재산”이라고 말했다.
직원은 사장의 뒷모습을 보고 따라온다. 가토 사장은 직원을 제대로 가르치기 위해선 사장이 모범을 보여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는 사장이 직원보다 5배 일하지 않으면 기업은 살아남을 수 없다고 강조한다. 가토 사장은 매일 새벽 4시에 일어나 5시30분에 출근한다. 직원들이 출근하기 전에 업무를 정리하기 위해서다. 직원들이 퇴근한 후 업무를 마무리한 뒤 밤 9시에 퇴근한다. 사장은 직원이나 거래처는 물론 상품과 시장, 재무 등 모든 분야에 신경써야 하기 때문에 많은 시간 일할 수밖에 없다는 게 가토 사장의 생각이다.
직원들의 애사심을 높이기 위해 그가 강조하는 것 중 하나는 청소다. 하지만 이 역시 강요하기보다는 솔선수범한다. 사장으로 부임한 뒤 사내 화장실 청소를 매일 하고 있다. 가토 사장은 “처음엔 청소를 해도 무심히 보던 직원들도 이제는 함께 청소를 하고 화장실뿐 아니라 사내, 회사 주변까지 청소하게 됐다”며 “직원은 사장의 뒷모습을 보고 따라온다”고 말했다.
직원들과의 소통에도 적극적이다. 직원 한사람 한사람과 매년 정기적으로 면담한다. 가토 사장은 “일하면서 힘든 점은 없는지, 건강은 어떤지, 아픈 가족은 없는지 등 한 사람당 30분 이상 대화한다”며 “대화를 통해 직원이 진짜로 원하는 것을 알 수 있다”고 설명했다.
강영연 기자 [ 한국경제신문 2015.3.20 ]
= 시 사 점 =
50대 중반의 퇴직자는 노인도 아니다. 청춘이다. 청춘 재고용으로 중소기업도 살고, 복지비용도 줄이고, 사회도 안정시키고, 가정도 행복하게 하고, 자신도 건강하고. 일거오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