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 일본의 상도 저자 홍하상
회전 초밥의 최강자 구라 스시 / 홍하상
구라스시라는 회전스시 가게가 있다.
요즘 일본에서 가장 폭발적인 인기를 끄는 회전스시 가게이고, 전국의 어느 매장에 가던지 늘 손님이 붐비는 인기 최고의 가게이다.
본래 회전스시는 그 원조가 1949년에 세운 오사카의 겐로쿠 스시이다.
겐로쿠 스시가게 주인인 히라이시 요시아키는 오사카의 공장지대에서 스시가게를 하고 있었는데 손님의 대부분은 공장직공들이었다. 그들은 대부분 가난한 사람들이어서 어떻게 하면 싸고, 맛있는 스시를 만들어 팔 것인가 고민하기 시작했다.
즉 손님이 올 때마다 스시 10개의 주문을 받아 각각 두개씩 만드는 일은 번거로울 뿐 아니라, 손도 많이 가고, 원가가 많이 든다는 단점이 있었다. 또 손님들이 매번 어떤 스시를 주문할지 모르기 때문에 생선의 가지수를 잔뜩 준비해 놓지만, 어떤 생선은 아예 주문이 없어 버리는 경우도 있었다.
그래서 탄생한 것이 회전스시.
미리미리 30종 종류의 스시를 만들어 회전벨트 위에 올려놓기만 하면 손님이 척척 내려서 먹으면 되는 그런 방식을 일본 최초로 만들었다. 또 인기 없는 스시도 일단 만들어 벨트 위에 올려놓으면 손님들이 호기심에 먹는 경우도 많았다.
하지만, 처음 회전스시라인을 만드는 일은 어려웠다.
그는 아사히 맥주공장에서 병에 맥주가 담기는 회전라인을 보고 착안, 빙빙 도는 스시벨트를 만들었다. 헌데 문제가 있었다.
맥주회사처럼 규모가 큰 공장은 라인의 길이가 150미터로 일직선이면 되지만, 가게의 규모가 좁은 회전스시가게는 벨트라인이 길어봐야 10미터 정도여서 코너를 돌게 하지 않으면 안 되었던 것이다.
고생 고생하다가 결국 알루미늄을 조각내서 이어 붙인 후 네 귀퉁이 코너에서 90도 회전할 수있는 아이디어를 낸 후 성공할 수 있었다.
이후 겐로쿠 스시는 승승장구, 한때 130개가 넘는 지점을 일본 전국각지에 냈고, 지금도 본점 격인 오사카의 번화가 도톤보리점은 여전히 장사가 잘 되고 있다.
장사가 잘되는 원인이 우선 싸다는 것이다.
요즘도 겐로쿠 회전스시는 2개 한 접시에 130엔 균일로 스시를 팔고 있다.
한국돈으로 치면 1800원 정도인데 이는 한국의 절반 이하의 가격이다.
둘째는 비록 싸구려 회전스시 이지만, 맛이 뛰어나고 재료가 신선하다는 것이다.
지점이 100개 넘으니 생선재료의 일괄구입과 공급이 가능해서 원가를 낮출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최근 여기에 도전장을 낸 가게가 바로 구라스시이다.
구라스시는 겐로쿠 스시를 이기기 위해 몇가지 공략 포인트를 정했다.
우선 가격. 겐로쿠 스시가 한 접시 두 개에 130엔인데 구라스시는 그보다 20엔 싼 110엔에 스시를 팔고 있다.
즉 플라스틱 접시를 먹을 때마다 옆에 쌓아놓고 접시수를 보면서 음식 값을 계산하는 것이 아니라 구멍에 넣기만 하면 딸깍 하고 음식접시수가 카운트 되어 테이블에 있는 각각의 모니터에 먹은 만큼의 음식 값이 올라간다.
스시를 아주 좋아하는 사람은 20접시,30접시까지 먹는 경우도 있으므로 일일이 계산하기 번거로운 점을 없애준 것이다. 각각 테이블의 모니터는 카운터에도 연결되어 있어 나갈 때, 계산도 쉽다.
세 번째는 자기가 먹고 싶은 스시가 벨트에 없을 때는 좌석의 마이크에 먹고 싶은 스시의 이름을 불러주면 주방장이 즉각 만들어 회전벨트에 얹어주는데, 그 경우는 급행이므로 주문한 손님이 앉은 회전벨트에 한방에 쏘아준다.
이런 새로운 아이디어 덕분에 구라스시는 창업한지 불과 16년만에 겐로쿠 스시를 물리쳤다.
아이디어에 아이디어를 더 보태 나날이 진화하고 있는 일본의 스시업계.
사상최대의 불경기를 맞아 일본의 스시업계는 피말리는 경쟁을 하고 있다.
자, 구라스시와 겐로쿠 스시와의 한판대결에서 지금은 구라스시가 이겼지만, 다음번에는 또 어떤 아이디어가 나올 것인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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