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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책책 이야기/책 속의 좋은 글

인연

by 기프트데이 판촉물 2014. 5. 31.

 

그림출처: 따뜻한 하루

 

 

10년 전 샌프란시스코로 향하는 비행기 안에서 있었던 일입니다.

객실 승무원들이 한 차례의 서비스를 마친 후, 일부가 벙커(여객기 안에 있는 승무원들의 휴식처)로 휴식을 취하러 간 시간이었습니다.

 

서씨는 더 필요한 것이 없는지 객실을 둘러보고 있는데 할머니 한 분이 계속 화장실을 들락 거리시며 어쩔 줄 몰라하고 계셨습니다.

 

뭔가 도움이 필요할 것 같아 다가가 여쭈었습니다. "도와드릴까요? 할머니 어디 편찮으신 데 있으세요?"

할머니는 잠시 아주 난처한 표정을 짓더니 서씨 귀에 대고 이렇게 말했습니다.

"아가씨~ 내가 틀니를 잃어 버렸는데, 어느 화장실인지 생각이 나지 않아. 어떡하지?”

서씨는 "제가 찾아보겠다" 며 일단 할머니를 안심시킨 후 좌석으로 모셨습니다.

 

그 후 비닐장갑을 끼고 화장실 쓰레기통을 뒤지기 시작했습니다.

다 디져본 후 마지막 쓰레기통에서 휴지에 곱게 싸인 틀니를 발견했습니다.

 

할머니가 양치질을 위해 잠시 빼둔걸 잊어버리고 간 것을 누군가가 쓰레기인 줄 알고 버린 것이었습니다.

서씨는 틀니를 깨끗이 씻고 뜨거운 물에 소독까지 해서 할머니께 갖다 드렸습니다.

할머니는 목적지에 도착해 내릴 때까지 서씨에게 여러 번 "고맙다" 는 인사를 했습니다.

 

세월이 한참 흘러 사랑하는 사람과 결혼을 약속하고 지방에 있는 예비 시댁에 인사를 드리러 가기로 하였습니다.

미국에 계신 남자친구의 외할머니께서 서울에 오셨다고 먼저 인사를 드리러 가자고 해서 잔뜩 긴장한 채 남자친구를 따라 할머니를 뵈러 갔습니다.

 

그런데 할머니를 뵌 순간 어디선가 뵌 분 같았습니다. "할머니, 처음 뵙는 것 같지가 않아요. 자주 뵙던 분 같으세요."

그러자 할머니께서는 서씨의 얼굴을 가만히 쳐다보시더니 갑자기 손뼉을 치며"아가! 나 모르겠니? 틀니, 틀니!" 하시더니

그 옛날 항공탑승권을 여권 사이에서 꺼내 보이셨는데 거기에 서씨 이름이 적혀 있었습니다.

 

할머니는 언젠가 비행기를 타면 그때 그 친절했던 승무원을 다시 만날 수 있을 것 같아 이름을 적어 놓았다고 합니다.

 

"우리 손주와 결혼할 처자가 승무원이라해서 혹시나 했는데..이런 인연이 어디 있느냐~”며 서씨를 아주 좋아하셨습니다.

서씨는 예비 시댁 어른들을 만나기도 전에 사랑받는 며느리가 되었고 아주 행복한 결혼생활을 하고 있다고 합니다.

 

- 피천득 수필 '인연' 중에서-

 

우리의 삶은 계속해서 사람들을 만나고 많은 사람들과 인연을 맺으며 살아갑니다.

가벼이 스치는 사람도 소중한 인연이 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