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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 인문학이 경영에 실행되는 사례
2014-05-21
인문학 열풍이 불었는데 이것이 회사 성장으로 어떻게 연결되는지를 보세요. 동아일보 2014.3.6. 보도에 따르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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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유럽의 한 대형 맥주회사는 인류학자로 구성된 연구팀을 술집으로 파견해 150시간 분량의 영상과 수천 장의 사진, 수백 페이지에 달하는 현장 노트를 채집했다. 연구팀은 자료를 분석해 이 회사가 홍보용으로 배포한 컵받침, 스티커 등의 판촉물들이 술집에서는 쓰레기 취급을 받고 있으며, 매출을 올리기 위해서는 판촉물을 돌릴 것이 아니라 손님을 직접 응대하는 여종업원들의 마음을 사야 한다는 점을 지적했다. 이런 조언에 따라 이 맥주 회사는 감정노동에 시달리는 서빙 여종업원을 위한 교육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또 늦은 퇴근을 돕기 위해 택시 서비스까지 제공했다. 그러자 자사 맥주의 술집 판매량이 거짓말처럼 늘어나기 시작했다.
커피전문점 스타벅스는 전문 바리스타 교육에 많은 공을 들이고 있다. 또 커피숍에서 일하는 프리랜서들을 위해 매장을 커뮤니티 공간처럼 꾸며 놓았다. 매장에서 틀어주는 음악도 심사숙고해 고른다. 커피를 인문학적 관점에서 해석하기 때문이다. 경영학은 하루 동안 고객이 마시는 커피가 몇 잔인지를 논하지만, 인문학은 고객이 커피를 마시는 경험을 어떻게 인식하는지를 밝힌다. 세심하면서도 복합적인 경험을 제공함에 따라 고객들은 흔쾌히 더 많은 돈을 내고서라도 스타벅스 커피를 마신다.
세계 2위 장난감 회사인 레고 역시 인문과학적 통찰력을 이용해 고객의 심층 동기를 파악해 회생에 성공했다. 8년 전만 해도 레고그룹은 매출 부진과 심각한 자금난에 빠져 있었다. 당시 경영진은 블록 장난감의 주 고객층인 어린이와 부모들이 무얼 원하는지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다. 자사의 브랜드 파워만 믿고 캐릭터 인형과 비디오 게임으로 사업 영역을 확장했다.
레고 경영진은 아이들의 관심이 점점 더 화려한 비디오 게임으로 쏠리면서 전통적인 플라스틱 블록을 가지고 놀 만한 시간도, 인내심도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 따라서 이전보다 훨씬 모양이 예쁘지만 아이들의 시간과 창의력은 덜 요구하는 형태의 제품들을 출시했다. 그러자 레고라는 브랜드에 대한 부모 세대의 향수가 사라지면서 아이들에게 블록을 사줘야겠다는 생각이 없어졌다. 매출은 급격히 줄었다.
상황이 악화되자 경영진은 브랜드와 소비자 간의 관계에 문제가 생겼음을 인정했다. 신제품 라인으로는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사실도 깨달았다. 이들은 그룹 차원에서 ‘놀이’라는 현상을 심층적으로 이해할 필요성을 느꼈다. 그 해답을 찾기 위해 인문학자로 구성된 연구진을 미국과 독일로 파견했다.
연구진은 몇 달 동안 두 나라의 어린이 및 부모들과 인터뷰하고 쇼핑몰과 완구점에서 사진과 영상물을 촬영하며 방대한 데이터를 수집했다. 이 데이터를 정리하자 그동안 레고 경영진이 생각했던 것과 정반대의 사실이 밝혀졌다.
아이들이 ‘놀이’를 하는 이유는 자극을 찾기 위해서가 아니라 과도하게 짜인 생활에서 벗어나기 위해, 그리고 기술을 연마하기 위해서였다. 즉 현대의 아이들이 너무 바빠서 레고를 가지고 놀 수 없다거나 복잡한 블록을 조립하기 싫어할 거라는 기존 생각이 틀렸던 것이다. 대부분의 아이들은 블록을 가지고 놀 시간과 레고 조립 기술을 습득하고픈 욕구 두 가지를 모두 갖고 있었다. 이는 일반적인 시장 데이터 분석, 컨조인트 분석, 설문조사 등 경영학적 기법으로는 얻을 수 없었던 통찰이었다.
이런 분석 결과를 바탕으로 레고는 조립 블록이라는 핵심에 충실한 제품을 내놓는 것으로 전략을 수정했다. 기업 슬로건도 새로 만들었다. “레고의 본질을 좋아하는 사람들을 위해 레고를 만들자”였다. 새로운 슬로건과 전략에 따라 좀 더 조립의 재미를 느낄 수 있는 블록 제품들을 출시했고 이는 전 세계 어린이들과 부모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레고는 이제 모두가 주목하는 완구업체가 됐다.
덴마크의 의료기기 전문업체인 콜로플라스트는 1954년부터 위암, 직장암 환자들이 사용하는 인공항문과 배변주머니를 만들어온 회사다. 2008년 이후 성장이 정체되는 상황에서 이 회사는 신제품 개발과 영업에 많은 투자를 했지만 매출은 더 오르지 않았다. 대대적인 설문조사를 벌여서 환자들의 불만사항을 상당 부분 수정했지만 결과는 마찬가지였다. 더이상 성장할 수 없는 한계점에 도달한 것 같았다. 경영진은 인문사회과학 연구진에게 이 문제를 맡겼다.
연구진은 인공항문을 부착한 사람들, 그들의 가족들, 그리고 그들을 담당한 의료진과 이틀씩 시간을 보냈다. 그렇게 얻은 사진, 영상, 면담기록들을 가지고 여러 가지 사회과학 이론을 적용해 다양한 관점에서 데이터를 분석했다. 만성질환이 환자의 정체성과 사회적 지위에 미치는 영향, 위생과 성생활, 주변 사람들과의 신뢰 관계 등을 조사했다.
연구진은 인공항문을 단 수많은 환자들이 배변주머니가 새는 상황을 걱정하면서 아예 외부 출입을 꺼리고 집 안에만 머물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집 안에만 있으면 배변주머니가 새더라도 큰 걱정이 없다. 따라서 일정 기간이 지나면 더이상 환자들의 불만사항 접수가 없어지므로 회사 측에서는 제품에 문제가 없다고 잘못 판단해온 것이다.
사회학적 연구를 통해 환자들이 여전히 배변 누출에 대한 스트레스를 겪고 있음을 깨달은 콜로플라스트는 누출에 대한 우려를 완전히 막기 위해 개인 체형에 따른 맞춤형 배변주머니 제품을 개발했다. 이 보디핏(BodyFit) 제품 라인은 2010년에 출시됐고 대성공을 거뒀다. 문화인류학적 통찰력이 또 한 번 힘을 발휘했다.
동아일보 조진서 기자
= 시 사 점 =
삶과 사회에 대한 깊은 통찰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직원들이 못하니 CEO가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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