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렉스타처럼
2010년 9월 국내에선 ‘물새는 전투화’ 논란이 일었다. 국방부가 보급한 신형 전투화가 접착 불량으로 물이 새는 등의 문제가 발생한 것이다. 이 문제가 지속되자 군납비리 의혹도 불거졌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국방부는 군화납품업체를 바꾸기로 결정했다. 국방부가 군화 납품을 요청한 곳 중 한 곳은 놀랍게도 국내 아웃도어 신발업체인 트렉스타였다.
트렉스타는 아웃도어용 운동화를 주로 제작하는 업체였기 때문에 처음 군화제작 의뢰를 받았을 때는 직원들이 모두 당황했다. 그러나 권동칠 트렉스타 대표는 ‘발에 딱 맞고 편안한 등산화를 만들 듯이 군화를 생산하면 새로운 기회가 열릴 것’이라 판단하여 과감히 도전했다.
군화제작 이후 5년이 지난 지금 트렉스타는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여 승승장구하고 있다. 국내에 연간 100만 켤레의 군화를 공급하는 데 그치지 않고 세계 최강의 전투력을 자랑하는 미군과 러시아군, 프랑스군 등에도 수출하게 됐다. 군화를 만들기 시작한 2010년의 연매출은 911억 원이었지만 2015년에는 무려 1500억 원으로 뛰었다. 일반 군화뿐 아니라 특수군화 등도 개발하며 혹한기 전용 특수군화, 해군 군화, 방사선 저항 특수화 등 다양한 군화를 생산하고 있다. 많은 국가에서 주문이 들어와 올해 매출은 약 2000만 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군화라는 새로운 시장을 개척한데 이어 기존의 아웃도어 제품에도 새로운 실험을 하고 있다. 2014년 10월에 끈을 묶지 않는 ‘핸즈프리’신발을 선보였는데 이 신발은 신발뒤쪽에 롤러가 달려있어 뒤축을 살짝 발로 당기면 끈이 저절로 묶이고 풀린다. 허리를 숙이고 끈을 묶을 필요가 없기 때문에 허리가 안좋은 산모나 노인들에게 큰 도움이 되는 제품이다. 이 제품은 독일 뮌헨에서 열린 세계 최대 아웃도어 박람회인 ‘2015 아웃도어스포츠용품전(ISPO)’에서 황금상과 올해의 아시아 제품 대상을 받았다.
트렉스타는 2014년 기준 세계 아웃도어 신발 판매 순위에서 14위에 올랐다. 국내 업체로는 유일하게 순위권에 이름을 올렸고, 아시아 업체 전체로 따져 봐도 1위다. 트렉스타가 이처럼 해외 수출을 활발하게 하여 규모를 키울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는 한국군 전투화를 납품하여 시장을 넓혔기 때문이다. 권동칠 회장은 “신발업계의 삼성전자-현대차가 되겠다”면서 수출중심의 강소기업으로 거듭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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