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캡처 : 주성엔지니어링 www.jseng.com
주성엔지니아링, 황철주 대표, LP CVD 제조 전문업체, 반도체, LCD 공정장치, OLED디스플레이 장비
농부는 굶어도 씨를 뿌린다, 사업가는?
2015-11-09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장비 제조기업 주성엔지니어링을 아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3년 전 충격을 기억한다. 2010년 매출 약 4300억원, 영업이익 약 420억원이었던 실적이 2년 후 매출 800억원, 영업손실 838억원으로 곤두박질쳤다. 당기순손실은 무려 1103억원. 기대를 걸고 대규모로 투자했던 태양광 분야 전방산업이 망가진 탓이었다. 당시 업계에서는 "벤처신화 상징인 주성엔지니어링이 문을 닫을지도 모른다"며 우려의 목소리까지 나왔다. 많은 사람들은 대대적인 구조조정과 투자, 비용 삭감이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하지만 황철주 주성엔지니어링 대표의 선택은 달랐다. 최악의 실적을 거둔 해에 오히려 사상 최대 규모인 563억원의 연구개발(R&D) 투자를 단행했다. 회사 매출이 최고조에 달했던 2010년(372억원)보다도 많은 금액이었다. 이는 그해 매출 중 73%에 해당한다. 걱정하는 사람이 많았지만 황 대표는 "농부는 당장 굶어 죽어도 씨를 뿌려야 한다"며 "주성엔지니어링은 오로지 R&D에 특화된 기업인데 R&D를 멈추는 것이야말로 회사가 멈추는 것"이라고 말했다.
어려울 때 더 과감하게 미래 성장에 투자한 황 대표의 뚝심은 3년 만에 결실을 맺었다. 주성엔지니어링은 올 들어 3분기까지 매출 1272억원, 영업이익 109억원, 당기순이익 66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지난해 연간 실적에 버금가는 수준으로 늘었다. 2011년 이후 5년 만에 처음으로 당기순이익을 예고하고 있다. 올해 2분기에도 4억원의 이익을 거두기는 했지만 1분기에 순손실 7억원을 기록해 누적 기준으로 흑자는 아니었다.
증권사들은 올해 주성엔지니어링 매출이 1900억원대 중반에 이르고 영업이익도 170억~180억원대에 달할 것으로 전망한다. 매출이 정점이던 2010년만큼은 아니지만 2009년 매출(1700억원)은 넘어선 것이다. 2010년 매출이 급증한 것 역시 당시 국내 대기업들이 너도나도 태양광에 뛰어든 결과라는 점을 고려할 때 오히려 매출의 '질'은 더 좋아진 셈이다. 현재 주성엔지니어링 매출을 주도하는 것은 반도체 장비인데 반도체는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세계 1·2위를 다투는 국내 대기업은 물론 중국 후발 기업들도 공격적으로 생산 능력을 확장하는 분야여서 당분간 고성장이 기대된다.
주성엔지니어링 부활의 비밀 병기는 과감한 R&D를 통해 생산한 혁신 제품들이다. 초저온에서도 박막을 형성해주는 'SDP CVD'나 초미세화 공정에 특화된 'TSD CVD' 등 현재 주성엔지니어링 주력 제품들은 일반인에게 생소하지만 관련 업계에서는 최신 기술이 집약된 선도 제품으로 통한다. 주성엔지니어링은 2010년부터 이 장비들을 개발하기 위해 투자했고 잇달아 개발에 성공해 지금은 국내외에 납품하고 있다. 신제품 개발에 필요한 투자가 마무리된 것도 주성엔지니어링 수익성 개선의 한 요인이다.
R&D에 대한 황 대표 고집은 1993년 설립 이래 지금까지 주성엔지니어링을 지탱해 준 원동력이다. 설립 초기부터 황 대표가 꿈꾸는 주성엔지니어링은 '세계 최고 제품을 만들어 세계를 선도하는 기업'이었다. 현재 직원 380여 명 중 60%가 R&D 인력이다. 회사에서 보유한 특허만 2000개가 넘는다. 주성엔지니어링에서 만든 제품은 'JUSUNG'라는 로고를 달고 전 세계 16개국으로 수출되고 있다.
황 대표는 "차세대 기술을 중심으로 한 전방시장에서 매출 확대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며 "반도체와 OLED 디스플레이 등 신규 장비도 꾸준히 개발해 지속적인 매출 성장에 힘쓸 것"이라고 말했다.
[정순우 기자] 매경 2015.11.5
= 시 사 점 =
주성엔지니어링이 이 분야에 관해서는 글로벌 독보기업이 되면 좋겠다. 그것도 100년이 넘는 기업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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