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후대책, 창업1순위, 치킨전문점, 공급과잉
이제 먹고 마시는 창업은 그만하세요.
2015-09-18
노후대책을 제대로 수립하지 못한 퇴직자가 흔히 창업 1순위로 고려하는 게 치킨전문점이다. 하지만 한국의 치킨집은 '자영업 공급과잉의 상징'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공급과잉이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매일경제가 농림축산식품부, 농촌진흥청, 치킨 전문 프랜차이즈 BBQ 등 자료를 이용해 국내 치킨 시장의 공급과 수요를 자체 분석한 결과다.
국내 대형 치킨 프랜차이즈의 내부 통계에 따르면 치킨집을 창업한 가계가 월 500만원의 순수입을 얻으려면 약 2000만원의 매출을 올려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1마리에 1만6000원 하는 프라이드치킨을 하루 평균 45마리 팔아야 한다. 월 500만원은 치킨집을 차리는 창업자들이 가장 선호하는 목표로 보건복지부가 발표하는 4인 가족 기준 중위소득 439만원에 투자금의 기회비용 등을 포함한 수준과 유사하다.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 조사에 따르면 국내에는 약 3만6000개의 치킨전문점이 있다. 국내 치킨집들이 평균적으로 월 500만원의 소득을 올리려면 하루에 약 162만마리(3만6000개×45마리)의 치킨을 팔아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연간 단위로 보면 국민 1인당 11.5마리의 치킨을 먹어야 한다.
그렇다면 수요 측면을 살펴보자. 국내에 치킨 수요에 대한 정확한 통계는 없지만 닭 소비량 등을 통해 추정해볼 수 있다. 농림식품부에 따르면 국민 1인당 연간 닭고기 소비량은 11.6㎏이다. 평균 800g의 닭을 기준으로 하면 1인당 연간 14.5마리의 닭을 소비하는 것이다. 이 가운데 삼계탕 등을 제외하고 튀김 등 치킨제품으로 소비되는 닭고기 비중은 32.7%(농촌진흥청 조사) 수준이다. 국민 1인당 1년간 4.6마리씩 치킨을 먹고 있는 셈이다. 이를 통해 추정한 국내 치킨집의 하루 평균 판매량은 18마리다.
결론적으로 수요에 비해 공급이 지나치게 많은 셈이다. 국내 치킨집들이 월 500만원의 순수입을 얻기 위해서는 국민이 지금의 2.5배 수준까지 더 먹어야 하는 것이다.
이 같은 공급과잉 현상은 치킨집의 폐·휴업 현황에도 그대로 드러난다. 국내 치킨 프랜차이즈 업계에 따르면 치킨집 창업 후 3년 내에 문을 닫는 비율은 50%에 육박한다. 2명 중 1명은 치킨집 사업을 시작했다가 투자금 회수는커녕 빚만 남게 되는 셈이다. 그럼에도 상대적으로 진입장벽이 낮기 때문에 매년 수천 개의 치킨집이 새로 등장한다. 일각에서는 치킨집으로 대표되는 자영업자들의 공급과잉 현상이 가계부채 문제의 주요한 뇌관 중 하나라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 강북구에서 치킨집만 10년 이상 운영해온 김 모씨(59)는 석 달 전 치킨 가게를 과감히 접고 과일주스 매장을 열었다. 이들 부부가 치킨 대신 주스 매장을 선택한 것은 기존 치킨 매장 수입이 계속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전성기에는 한 달에 각종 부대비용을 제외하고도 500만원 이상 수입을 올리기도 했지만 지난해부터는 300만원 이상 확보하기도 어려운 처지에 빠졌다. 그는 "그동안 맛과 서비스 하나로 단골들을 많이 유치해왔는데 경쟁 치킨 가게가 많이 늘어난 데다 사람들이 간식으로 시켜먹는 음식 종류도 치킨 외에 다양해지면서 매장 운영이 어려워졌다"고 말했다.
현재 국내 치킨전문점은 대략 반경 1㎞마다 하나씩 존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국내 전체 면적을 대상으로 한 추정치여서 공원이나 산, 강 등을 제외하면 실제 국내 치킨전문점들은 훨씬 더 좁은 간격으로 들어서 있음을 알 수 있다.
치킨전문점 수도 해마다 늘어왔다. 경기 불황에 평생직장에서 은퇴한 고령인구 등이 치킨 창업으로 생계를 이어가는 사례가 늘면서 생긴 현상이다. 실제로 통계청에 따르면 국내 치킨 매장 수는 2007년 2만3622곳에서 2011년 2만9095곳을 거쳐 2013년 3만1469곳으로 증가했다. 하지만 집계되지 않은 치킨 관련 자영업자를 고려하면 실제 현재 국내 치킨전문점 수는 3만6000곳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2013년을 기준으로 전국 인구 1만명당 치킨전문점 수는 6.6곳으로 1만가구당 18곳을 웃돈다. 10년 전인 2003년 인구 1만명당 매장 수가 3.9곳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10년 새 치킨 매장만 2배 가까이 증가한 셈이다. 더구나 통계청이 전국사업체조사를 실시하면서 산업세세분류 항목에 배치한 '치킨전문점'은 말 그대로 치킨만 전문적으로 파는 매장이기 때문에 여기에 치킨을 안주로 내놓는 호프집 등은 일절 포함되지 않는다. 호프집 가운데 치킨 안주를 강조하며 '치맥' 등 메뉴를 전면에 내세우고 있는 매장까지 합치면 국내 치킨 매장 난립은 더욱 심각하다는 걸 알 수 있다.
경쟁을 못 이겨 폐업하는 치킨 매장도 속출하고 있다.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 분석에 따르면 2002~2011년 국내 치킨전문점 가운데 휴·폐업한 매장은 5만여 곳에 달한다. 연간 치킨전문점 퇴출 비중도 2009년 이후 증가세를 보여 그해 17%, 2010년 20%, 2011년 21%로 계속 늘어났다. 치킨전문점 평균 생존기간도 2.7년으로 전체 개인사업자의 3.4년보다 더 짧은 것으로 나타났다.
폐업을 하지 않더라도 공급 과잉으로 손에 쥘 수 있는 수익은 많지 않다. 국내 치킨 프랜차이즈 업계 추정치에 따르면 월 500만원 이상 수익을 내는 매장은 30%에 불과하고 300만~500만원이 약 40%다. 월 300만원을 벌지 못하는 곳도 30%에 달한다.
치킨 업체가 난립하면서 경쟁이 치열해지자 가맹본부나 개인 자영업자들은 자기만의 신메뉴를 만들거나 이를 알리는 데 적잖은 마케팅 비용을 투자한다. 하지만 이 같은 비용 투입이 곧장 수익 확대로 이어진다는 보장이 없어 비용을 늘려도 수익은 확대되지 않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창업 전문가들은 '은퇴 후 치킨 창업'이라는 기존 안일한 창업 구상에서 벗어나 신중한 검토가 꼭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 관계자는 "치킨전문점 창업 후 연평균 900만원 이상 소득 감소가 발생하는 걸로 집계되는데, 무급가족 종사자를 감안하면 실질소득 하락 폭은 더욱 클 것으로 추정된다"며 "자금 조달 계획과 손익분기점 등을 면밀히 따져 창업하지 않으면 실패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손일선 기자] 매경 2015.9.17
= 시 사 점 =
어디 치킨집만 그런가? 시장의 이런 사실을 모르기 때문일 것이다. 모르면 하늘도 도울수 없다. 어제 경인방송의 <라디오 책방> 프로그램에 가서 이번에 출간한 <사장의 촉>에 대하여 소개하는 인터뷰를 했다. 이곳에서 청취자들에게 한다미 하라고 하길래 이제 먹고 마시는 창업은 그만 하시라고 했다. 그러면 어떻게 살라고? 다 방법이 있는데 찾지 않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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