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도 이겨냈는데 이 정도도 못견딜까
2015-08-28
눈앞이 캄캄했던 시절을 떠올리니 감회가 새롭네요. 30년 동안 국가와 사회에 보탬이 되는 기업을 키우기 위해 그야말로 ‘죽을힘을 다해’ 일했습니다.” 자신을 끊임없이 위협했던 병마(病魔)와 외환·금융위기를 극복하고 마침내 국내 최고의 산업용 튜브 전문 업체를 일궈낸 기업가가 있다. ㈜세우를 이끌고 있는 박해술 대표다. 박 대표는 힘들었던 지난날을 회상하며 “맡은 분야에서 글로벌 히든챔피언이 되겠다는 의지가 병마와 고단한 삶을 이겨낼 수 있는 힘이 됐다”고 밝혔다.
경남 사천에 있는 세우는 수입에 의존하던 건설 중장비용 고압 튜브와 항공장비 고압 튜브의 국산화에 성공해 수입대체는 물론이고 역수출까지 하는 산업역군이다.
1986년 설립돼 창업 초기 2억 원에 불과했던 매출은 지난해 300억 원으로 무려 150배나 성장했다. 그간의 몸고생, 마음고생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가서였을까. 박 대표의 표정에 만감이 교차한다.
박 대표는 과거 기술이전을 위해 일본의 고압파이프 업체인 XEPRO사를 찾았다가 저녁 미팅 도중 그 자리에서 쓰러져 병원에 실려 갔다. 검진 결과는 청천벽력이었다. 신경성 급성췌장염. 90% 이상이 암으로 전이되는 무서운 병이었다. 죽을 수도 있다는 판정을 받았지만 한국에 갓 설립한 회사를 우선 생각했고, ‘죽어도 좋다’는 각서를 쓰고 나서야 병원에서 퇴원했다. 그는 한국으로 돌아오는 신칸센 열차 안에서 생사를 넘나드는 고통을 겪었지만 “이를 악물고 이겨내겠다, 이왕이면 공장에서 일하다 죽겠다”며 투혼을 발휘했다.
마침내 병을 극복하는 기적을 만들어냈고, 성공적인 기술이전 후 숱한 어려움을 겪고 일본 제품에 비해 손색이 없는 고압파이프를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박 대표는 “사업에 어려움이 생길 때면 ‘죽음도 이겨냈는데 이 정도도 못 견딜까’라는 생각에 마음을 다잡게 되더라”며 “과거의 고난이 결국은 도움이 된 셈”이라고 회고했다. 그의 말처럼 국내 산업용 튜브시장에서 세우의 위상은 독보적이다.
고압파이프 국산화에 성공했고, 국내 항공기의 모든 모델에 쓰이는 튜브를 전량 생산하고 있다. 이를 위해 2007년에는 국내에서 유일하게 항공기 튜브를 생산하는 ㈜세우항공을 설립하기도 했다. 세우항공도 설립 당시 매출 9억 원에서 출발해 지난해 150억 원으로 15배 이상 성장했다. 한국항공우주산업(KAI) 협력업체인 이 회사는 국내에서 개발된 항공기(KF-16·KT-1·T-50·FA-50·KC-100·수리온 헬기 등)에 사용되는 항공기 튜브 제품을 전량 공급하고 있다.
세우는 중국현지법인(PCTC)을 세우고 유럽(독일)에도 현지법인(CE TECH)을 설립해 세계시장 점유율을 차츰 높여가고 있다. 세우의 경쟁력은 다섯 가지로 요약된다. Q(Quality·품질), C(Cost·가격), D(Deliverly·납기), E(Environment·환경), S(Safety·안전) 시스템을 추구하며 특수공법 기술을 선도하고 있다.
눈앞에 보이는 이윤만을 보고 뛰었다면 이런 경영성과가 나올 리 없다. 안정적인 성장 비결에 대해 박 대표는 “인간 중심의 합리적인 경영과 지속적인 기업이념을 이어갈 수 있도록 15년 전부터 가업승계를 착실하게 준비해왔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박 대표는 근로자에 대한 배려와 인재 육성을 가장 중시한다. 경영자와 근로자는 공통 이익을 추구하는 동료이면서 운명공동체라는 확고한 철학을 갖고 있다. 반복되는 경제·금융위기 속에서도 직원들을 모두 끌어안았으며 지금까지 단 한 사람도 정리해고하지 않았다. 이를 토대로 미래 산업을 이어갈 신소재 신공법의 연구개발(R&D)에 지속 투자하는 박 대표의 열정이 세계 초일류 회사, 신뢰받는 강한 기업으로 성장하는 밑바탕이 되고 있다.
황효진 기자
= 시 사 점 =
성공하는 기업은 다 같은 원리로 작동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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