톱텍HNS 이향두 대표가 구미 공장에서 생산하고 있는 전자파차폐재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톱텍HNS, 스마트폰 부품 전자파 차단재 日 독점 깨다
모든 스마트폰에는 전자파가 발생한다. 전자파가 사람 건강에 악영향을 미칠 수도 있기 때문에 이를 막고자 제조사들은 주요 부품에 전자파차폐(EMI) 테이프를 부착한다. 그런데 이 시장은 지금까지 아사히, 미쓰비시, 히로세 등 일본 기업 3곳에서 독식해 왔다. 국내 대기업에서 만든 스마트폰 역시 대부분 일본산 차폐재를 적용하고 있다.
첨단소재 전문기업 톱텍HNS(이향두 대표)는 8년간 노력 끝에 수입산보다 우수한 성능을 내면서 두께는 절반 수준으로 줄인 전자파차폐재 개발에 성공했다. 이 제품은 우수성을 인정받아 국내 대기업에서 최근 출시한 보급형 슬림 스마트폰에 처음 적용됐다.
톱텍HNS에서 납품하는 차폐재 두께는 15㎛(마이크로미터). 1㎛는 100만분의 1m로, 머리카락 두께(약 50~70㎛) 4분의 1에 불과할 정도로 극도로 얇다. 기존에 널리 쓰이던 일본산 차폐재 두께는 25~30㎛다. 이처럼 얇은 차폐재를 만든 핵심 비결은 톱텍 나노기술에 있다. 흔히 차폐재는 해도사(海島絲)라는 얇은 실을 화학적으로 녹인 후 다시 부직포로 가공하는 방식으로 만들어지는데, 해도사는 또다시 864개의 얇은 실로 구성된다. 톱텍HNS는 이 864가닥의 실을 추출해 가공함으로써 원료부터 차별화했다. 사용되는 원재료 입자가 작기 때문에 두께가 얇아도 밀도가 높아 충분히 성능을 발휘할 수 있는 것이다.
톱텍HNS는 자동화기기 전문 중견기업 톱텍의 나노사업부로 2007년 출발해 2012년 분사했다. 당초 톱텍이 나노사업부를 만든 것은 2차전지 분리막에 도전하기 위해서였다. 삼성SDI 설비 전문가 출신인 이향두 대표는 2차전지 분리막 전문기업의 엔지니어였던 김로이 팀장을 영입해 관련 설비와 기술을 확보하던 중 원천기술을 EMI에 적용하면 좋겠다는 제안을 받았다. 자체적으로 조사해보니 전 세계 EMI 시장은 약 4조8000억원에 달했고 아시아 비중이 50~60%에 달했다.
시장 가능성을 본 이 대표와 김 팀장은 연구개발(R&D) 직원들과 함께 EMI사업 준비에 나섰고 2013년 양산 시스템을 갖추는 데 성공했다. 처음에는 고객사 반응이 미지근했다. "이미 잘 쓰고 있는 제품을 바꿀 이유가 없다"는 이유였다. 너무 앞서간 것. 하지만 스마트폰 슬림화가 대세로 굳어지면서 하나둘 문의가 늘었고 결국 최근에야 납품을 성사시켰다. 이 대표는 "제조에서 특수도금까지 약 60억원을 투자해 세계 최고 수준 설비를 갖췄다"고 했다.
톱텍이 기대를 거는 또 하나의 분야는 바로 나노섬유. 나노섬유란 피부처럼 매끄러우면서 얇고 가벼운 소재로, 수증기 배출은 탁월하고 물은 막아준다.
미세 박테리아도 차단하기 때문에 아웃도어 의류에 널리 쓰인다. 나노섬유를 만들려면 특수용액을 원단에 일정한 두께로 입혀야 하는데, 오차를 3㎛ 미만으로 맞춰야 해 양산이 어려웠다. 톱텍HNS는 자체 개발한 전기방사 장비로 이 기술적 한계를 넘었고 약 300억원을 투자해 80m 길이의 양산 설비를 갖췄다. 여기서 만든 나노섬유는 국내 굴지의 아웃도어 대기업은 물론 글로벌 기능성섬유 브랜드인 폴라텍에도 납품하고 있다.
[구미 = 정순우 기자] 매경 원문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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