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는 식당의 비밀 / 조환묵
왜 창업의 실패는 반복되는가?
2014-08-05
지난주 일요일 밤 KBS1의 강연 100°C를 봤다. 65세에 혼자 걷기 시작한 황00 할머니께서 “왜 걸어요?”라는 주제의 강연을 했다. 해남에서 통일전망대까지 국토종단을 하였고, 더구나 우리나라의 동해, 남해, 서해안 일주를 135일 만에 걸었다. 지금은 75세의 유명한 도보여행가이다.
6남매 중 첫째였던 할머니는 19세에 교사가 되어 인생을 시작했으나 부친이 쓰러지시는 바람에 가장 노릇을 했다. 결혼 후에는 남편이 다니던 직장을 갑자기 그만두고 양계장 사업을 시작했다. 딱 1년 만에 망했다고 했다. 그 뒤에도 하는 사업마다 실패를 했다. 어느 날 교실에서 수업을 하는데 빚쟁이들이 쳐 들어와 “빚도 못 갚는 주제에 뭘 가르치냐고”하는 행패를 부리는 바람에 교단에 서기도 어려웠다. 방세와 한 끼의 식사도 해결하기 힘들었다. 그래서 동해안 어느 바닷가에 죽으려고 갔다. 하지만 파도를 바라보며 이대로 죽을 수 없다고 하면서 그때부터 남편의 빚을 갚아주기 시작해서 30년이 걸렸다. 그 뒤 남편의 사업도 조금씩 되기 시작하자 58세에 교편생활을 그만두고 자유를 찾는 여행을 시작했고, 65세부터 전국을 혼자서 걷는 절대행복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는 감동의 강연이었다.
다음으로 부산에서 치킨가게 성공 스토리를 들려준 39세의 최00씨였다. 직장생활을 10년 하다가 큰돈을 벌고 싶어서 호두파이 가게를 시작했다. 하지만 얼마못가 졸 딱 망하고 술과 원망으로 세월을 보내다가 어린 아들이 애처롭게 쳐다보며 손을 잡아 주는 순간에 정신을 차리고 직장을 시작했다. 그러다가 어머니의 권유로 치킨 장사를 시작하게 된 그는 또 쓰라린 실패를 맛보게 된다. 통닭 튀기는 법을 몰랐던 것이다. 실패를 반복하다가 후배에게 닭 튀기는 기술을 조금 익히고 음식물 쓰레기통을 뒤져 나온 닭튀김 찌꺼기를 맛보면서 조리의 비법을 알고 성공을 찾아가는 과정을 감동 있게 보았다.
이 두 강연을 보면서 감동도 있었지만 안타까움도 있었다. 바로 사업실패이다. 황00 할머니의 남편과 최00씨는 사업을 준비하는 과정이 없었다. 그냥 사업을 해 보자고, 돈을 벌어보자고 뛰어 들었던 것이다. 최00씨는 가난 때문에 젊은 날 너무 방황을 했기에 가난의 한을 떨쳐보자고 뛰어 든 것이다. 아무런 준비도 없이 말이다. 아마 지금은 창업을 준비하는 분들에게 할 말이 많을 것이다.
지금도 이런 분들이 주위에 수두룩하게 많다. 왜 준비를 하지 않는 것일까? 의지와 감(感)으로 사업이 되냐 말이다. 어떤 분은 창업 준비를 10년 하는 경우도 있다. 자료가 트럭 한 대분이 되기도 한다. 최소한 3년 이상은 준비를 해야 한다. 내가 하려는 사업에 대하여는 눈을 감고 있어도 아는 지경까지 되어야 한다.
KB경영연구소 조사 결과 치킨전문점의 평균 생존기간은 겨우 2.7년이다. 치킨 점포수는 2002년 1만6000개에서 2011년 3만6000개로 2배 넘게 많아졌다. 같은 기간 1만 가구당 치킨 전문점 수는 9.6개에서 17.9개로 2배 가까이 증가했다. 이런 현상을 두고 월스트리트저널이 한국의 ‘치킨 집 버블’을 경고했다. 이 때문에 한국경제가 위기를 맞을 수 있다고 했다.
2012년에는 개인사업자가 95만개 정도 창업하고, 83만개가 문을 닫았다. 자영업자들이 가장 어려워하는 경쟁상대는 바로 이웃이다. 소상공인진흥원이 2013년 전국 소상공인을 대상으로 실태 조사한 결과 소상공인들은 주된 경쟁상대로 이웃의 소형업체(46.4%)라고 대답한다. 대형업체(19.0%), 인터넷 또는 TV홈쇼핑(8.2%)은 별로 경쟁상대로 보지 않는다. 특히 미용업(60.9%)과 이용업(59.4%), 음식점(53.5%)이 주변 업체와의 경쟁을 심하게 느꼈다. 지난해보다 매출이 줄어든 가장 큰 이유는 주변 업체와의 경쟁(41.8%)이었다.
이렇듯이 이미 우리나라의 시장상황은 ‘공급과잉’의 시대이다. 이런데도 창업을 하려는가? 정부에서는 창조경제를 국정과제로 제시하면서 창업을 독려하고 있다. 대학생들도 창업의 꿈이 크다. 창업은 꼭 필요하다. 고용, 복지, 실업률, 성장 등을 한꺼번에 해결할 수 있는 최선의 대안이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의 창업은 열정과 기술이 있다고 되는 것이 아니다. 전속거래의 유혹, 기술유출, 인재 이탈, 거래선 중단, 저가 낙찰 등 ‘거래의 7가지 함정’이 한국형 비즈니스 정글 속에 숨어 있다. 멋모르고 뛰어 가다가는 그곳에 빠지면 끝이다. 어렸을 적에 산에서 뛰어 놀다가 감나무 밑의 구덩이에 빠진 적이 있다. 주인이 비료를 준답시고 감나무 밑에 구덩이를 파고 분뇨를 쏟아 두었는데 여기에 발이 빠지고 말았다. 그때는 분뇨를 거름으로 많이 사용했었다. 구덩이는 윗부분이 말라 있어서 잘 보이지 않았기에 지나가다가 그만 빠져버렸다. 발을 빼는 순간 그 낭패감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왜 창업의 현실과 어린 시절이 연관되어 생각날까?
창업하기 전에 이런 현실을 제대로 배우고, 사업의 기본을 다지고 시작해야 한다. 왜 창업의 실패를 반복하려는가? 기본 없이 사업을 하다가는 그야말로 개고생이다. 충분한 준비가 없으면 불공정거래의 요구에 이겨낼 재간이 없다. 능력이 없으면 굴종이다. 이순신 장군의 기본전략이 선승구전(先勝求戰)이다. 즉 이겨놓고 전쟁을 하는 것이다. 사업도 일단 시작하면 가족과 친구들에게 성공했노라고 확인만 시켜주는 단계까지 준비를 해야 한다.
지타(조선경제 칼럼으로 기고한 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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