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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이탁(Freitag) 폐방수천 가방 / 폐품으로 만든 가방, 50만원에 팔리는 이유

by 기프트데이 판촉물 2014. 5. 13.





 

 

[전략] 폐품으로 만든 가방, 50만원에 팔리는 이유

2014-05-13

제품에 스토리, 생명을 불어넣는다는 것이 무엇인지를 보여는 사례가 있습니다. 조선일보 2014.3.22에 보도된 프라이탁 사례를 보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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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방에 코를 대보니 화학약품 냄새가 풀풀 난다. 알고 보니 가방 천은 트럭 위에 씌우는 방수(
防水)천을 떼 내 만들었고, 어깨끈은 폐차에서 뜯어낸 안전벨트로 만들었으며, 접합부에는 자전거 바퀴의 고무 튜브를 떼어 내 붙였다. 쉽게 말해 쓰레기를 뜯어 모아 만든 가방이다. 오물과 먼지를 씻어내기 위해 세제를 많이 쓰기 때문에 가방에서 냄새도 꽤 난다. 그런데 가격은 50만원 전후. 쓰레기를 모아 둔 것치고는 터무니없이 비싸다. 스위스산() 가방 브랜드 '프라이탁(Freitag)' 이야기다.

쓰레기를 가지고 이런 배짱을 부리는데도 홍대·이태원 등 젊은이들이 모이는 길거리를 돌아다니다 보면 적어도 한두 명은 꼭 이 가방을 들고 다닌다. 가장 싼 것도 15만원은 하고, 비싼 것은 60만원을 넘는 이 가방이 매년 전 세계에서 20만개가량 팔린다.


왜 사람들은 쓰레기 가방을 수십만원이나 주고 사고, 할리 데이비드슨 동호회 같은 열성 팬이 한국에만 3000명에 이르는 걸까.

그 비결을 알기 위해 스위스 취리히로 날아갔다. 취리히 중앙역에서 전철을 타고 북쪽으로 두 정거장 올라가면 오얼리콘역이 나온다. 프라이탁 본사는 이 역에서 걸어서 10분 정도 거리에 있었다. 어느 공장형 빌딩의 지하 1층부터 지상 3층까지 4개 층에 입주해 있었다. 빌딩은 가로 100m, 세로 200m 규모로 이 중 절반을 프라이탁이 사용하고 있었고, 나머지 공간에 중소기업 21개 회사가 입주해 있었다. 프라이탁의 사무실이자 공장인 이곳에서 매년 가방 40만개를 만들고 전 세계 60개국 매장으로 보낸다
.

이 회사의 창업자 형제 중 형이자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인 마르쿠스 프라이탁(43)씨는 "20년 전 사업을 처음 시작했을 때 사람들로부터 '괜찮아 보이긴 하지만, 재활용품이고, 더러워 보이고, 그런데 왜 이렇게 비싸지?'와 같은 질문을 엄청나게 많이 받았다"며 웃었다
.

그는 사람들이 재활용품을 명품으로 받아들이게 된 첫째 이유로 희소성을 꼽았다. 프라이탁 가방의 주재료인 트럭 방수천은 절대로 새것을 쓰지 않는다. 실제로 트럭에서 5년 정도 사용된 것을 쓴다. 그러니 같은 소재, 같은 디자인의 방수천이라도 저마다 헌 정도, 묻은 때가 달라진다. 이미 사용한 천을 수거해 그중 일부분을 떼어 내 만든 프라이탁은 태생 자체가 세상에서 유일함을 의미한다. 프라이탁은 1993년 설립 이후 20년 동안 300만개 이상 가방을 만들었는데, 그 가운데 똑같은 것은 단 하나도 없다. 이 회사는 직원 4명이 전 세계를 돌아다니며 트럭 운송업체를 찾아가 가방 제작에 사용할 수 있는 방수천을 구한다. 그 양이 매년 400t 정도다.

폐방수천으로 만든 가방이 이렇게 대박을 터뜨릴 줄은 창업자 형제도 전혀 몰랐다고 했다. "솔직히 최초에 '재활용품'을 쓰게 된 것은 우연이었습니다. 처음 가방을 만들 당시 우리 집은 고속도로 옆에 붙어 있었어요. 원래는 방수 가방을 만들려고 했는데, 방수가 되면서도 튼튼한 옷감이 무엇일까 고민하다가 고속도로를 달리는 트럭을 보면서 '저걸로 하면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원단 공급업자들에게 문의할 수도 있었지만, 디자이너로서 새로운 재료를 찾아보고 싶은 욕심이 더 컸어요. 운송회사에 찾아가 트럭의 폐방수천을 받아 갈 수 있겠느냐고 물어봤고, 그걸로 최초의 가방을 만들었습니다. 가방은 우리가 생각했던 기능성에 딱 들어맞았습니다. 단단하고 방수가 되면서 질기니까요. 우리는 처음부터 '재활용품만 쓰겠어. 이걸로 마케팅을 할 거야' 같은 생각을 했던 것이 아니었습니다. 기능성을 찾아보던 중 우연히 눈에 띈 재료가 재활용품이었던 것입니다
."

폐방수천 가방이 이렇게 잘 팔린다면 이런 생각이 들 법도 하다. 폐방수천 중에 마음에 드는 게 없다면 만들면 되지 않을까? 트럭 방수천을 만드는 원단 업체에 원하는 원단을 주문생산한 뒤 이를 염색하거나 프린트해서 더 예쁜 조합을 만들 수도 있다. 심지어 이 방법이 비용도 더 적게 든다. 그런데 왜 안 그랬을까
?

이 질문에 대해 마르쿠스씨는 "그렇게 만든다면 스토리가 사라지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우리는 첫 시제품부터 실제로 사용됐던 트럭 방수천을 이용해서 가방을 만들었습니다. 다른 회사라면 시제품을 개선한다는 등의 명목으로 새 천을 이용할 수 있겠지만, 우리는 그러지 않았죠. 우리가 만든 제품의 본질(originality)을 지켜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아예 새 천을 납품받거나 다른 재료를 사용하지 않았던 것입니다.

여기에서 우리 제품의 스토리가 태어납니다. 트럭 방수천이 최근 5년간 어디에서 어떤 일을 했는지가 고객들에게 '역사'로 전달됩니다. 그리고 고객이 가방을 사용하면서 제품에 새로운 이야기를 덧붙여가는 것입니다. 재활용이란 제품의 '두 번째 인생'입니다. 다른 회사라면, 새 제품을 만든 다음 '마케팅 팀' 같은 데서 제품을 설명하는 최적의 이야깃거리를 만들어냈겠지만, 우리는 억지로 만든 스토리는 의미가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진짜 스토리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고, 지금도 생산 라인 모든 부분에서 그런 룰이 지켜지고 있어요. 그게 다른 회사와 우리의 큰 차이점입니다
."

윤형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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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사 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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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별화는 스토리에서 나온다. 자신만이 가진 유일한 스토리는 경쟁자가 있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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