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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프, 훙하이(鴻海)그룹 인수, SHARP

by 기프트데이 판촉물 2016. 3. 2.

 

사진캡처 : 한국샤프 www.koreasharp.com

시장을 읽지 못하면 샤프처럼 망한다.

2016-02-26

지루했던 줄다리기가 끝났다. 승자는 궈타이밍(郭台銘·66) 훙하이(鴻海)그룹 회장으로 굳어지고 있다. 궈 회장이 샤프 인수전에서 일본 정부가 주도하는 민관펀드 일본산업혁신기구(INCJ) '머니 게임'에서 제치는 분위기다. 25일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샤프 이사회가 궈타이밍 회장의 손을 들어줬다고 보도했다. 104년 역사를 지닌 샤프의 주인이 바뀐다는 소식에 주식 시장은 널을 뛰었다. 샤프 주가는 이날 일본 증시에서 장중 한때 전날보다 5.1%나 올랐다. 하지만 샤프가 훙하이그룹 인수보도에 묵묵부답하자 주가는 오히려 14%나 빠진 주당 149엔으로 마감했다. 샤프 측이 계약 체결 여부를 공식 발표하지 않자 시장이 혼란에 빠진 것이다.

샤프가 어떤 회사인가. 일본의 전자제품 역사를 쓴 기술기업이다. 한 때 세계 전자산업을 쥐락펴락한 별이었다. 이런 기업을 인수하면 단번에 전자업계의 총아로 올라설 수 있다
.

샤프의 시작은 1912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샤프는 초등학교 2학년을 채 못다닌 창업주 하야가와 도쿠지(
早川德次)의 손에서 태어났다. 8세부터 금속 장인 밑에서 일하던 하야가와는 구멍없이 조일 수 있는 벨트 버클을 고안하면서 회사를 일으켰다. 창업 3년 만에 기계식 연필인 '샤프'를 만든 것도 그였다. 지금 관습적으로 지칭하는 '샤프펜'이 이때 태어났다.

관동대지진(1923)으로 공장이 불타 사라지면서 샤프의 혁신은 위기를 맞았다. 하야가와는 당시 일본문구제조에 회사를 넘기고 오사카(
大阪)에 다시 회사를 차렸다. 오사카 신사이바시 상점에서 사온 외산 라디오를 분해해 라디오 만들기에 도전했다. 일본에서도 곧 라디오 방송이 시작될 것이란 이유에서였다. 시장을 앞서 준비한 그의 계산은 맞아떨어졌다. 일본 최초의 라디오는 해외에서까지 팔려나갔다. 태평양 전쟁으로 두번째 위기를 맞았지만 샤프는 기사회생했다. 1951년 한국전쟁이 터지면서 라디오 해외 수요가 늘어났다. 하야가와는 라디오에 이어 TV 방송 개시(1953) 전에 TV를 만들어냈다. 일본의 첫 TVNHK가 시험방송을 했다. 컬러 TV(1960)에 이어 세계 최초의 LCD TV(1987)까지 주요 혁신은 샤프에서 나왔다.

샤프의 자존심에 금이 가기 시작한 건 2000년대 초부터다. 브라운관 TV에서 LCD TV로 시장이 빠르게 옮겨가자 경쟁자였던 삼성과 LG가 대형 LCD생산에 돈을 쏟아부었다. 삼성전자는 직접 만든 LCD를 기반으로 보르도 TV를 만들었고 2006년 소니와 샤프를 제치고 세계 1위에 올랐다. TV 시장이 완전히 LCD TV로 넘어오자 위기가 찾아왔다. 상대적으로 중·소형 LCD에 집중했던 샤프에 타격을 입었다. 일본 정부가 디지털 TV 구입에 주던 보조금을 끊자 샤프의 일본 내 매출은 4분의 1 토막이 났다
.

일본 정부는 시장 침체로 위기를 맞은 LCD 산업을 일으키기 위해 2012 4월 재팬디스플레이(JDI)를 세웠다. 도시바·히타치·소니의 중소형 LCD사업을 묶었다.샤프에도 합류를 제안했다. 샤프는 거절했다. 독자생존을 선언했다. 하지만 삼성·LG 등 경쟁업체를 따라잡지 못했다. 적자는 계속됐다. 블룸버그가 추산한 지난해 영업손실액은 1284억엔. 적자를 견디지 못한 샤프는 지난해 해외TV사업 철수와 90년 넘은 본사 사옥 매각, 직원 3500명 구조조정안을 발표했다.

업계는 샤프의 몰락을 '기술의 함정'으로 풀이했다. '원조'라는 자신감이 시장 상황을 읽는 눈을 가렸다는 것이다. 일본 LCD 회사들이 뭉친 재팬디스플레이 설립 당시에도 샤프는 기술을 과신하고 버텼다. 안방 TV 시장 1위라는 타이틀에 취해 경영진이 시황을 읽지 못한 것이 패착이라는 분석이다.

한때 세계 TV 시장을 장악했던 소니가 TV사업을 분사시키고, 파나소닉은 PDP TV 사업을 접는데도 샤프만 위기상황을 인식하지 못했다. 궈 회장에 맞서 샤프의 구원투수로 나섰던 INCJ가 이사진 3명의 해임을 요구한 것도 이같은 맥락에서였다. 미즈시마 시게아키(60) 회장과 다카하시 고조(61) 최고영영자(CEO), 재무 총괄자인 오니시 테츠오(61)를 해고해야 자금지원을 할 수 있다고 못박았다. 경영진을 물갈이하고 주채권 은행의 금융지원(3500억엔), LCD 사업의 분사와 도시바와의 가전사업 합병안을 내세운 데엔 디스플레이 사업의 독자생존이 불가능하다는 판단이 깔려있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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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예 기자 [중앙2016.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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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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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을 읽어야 한다. 창업자이든 성공한 기업이든 시장에 대한 촉을 가져야 한다. 시장보다 기술에 집착하면 시장을 놓친다. 기술보다 고객이 먼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