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닥필름
우리 회사의 핵심고객은 누구인가
2016-02-01
한때 세계 1위 사진 필름 회사였던 코닥은 필름을 사용하지 않는 디지털 물결 속에 무너졌다. 1975년 세계 최초로 디지털 카메라 기술을 개발하고도 말이다. 디지털 카메라 시대를 연 회사가 디지털 카메라 때문에 망했다. 여기까지는 많이 알려진 얘기다.
라제시 찬디(Chandy·47) 런던비즈니스스쿨 교수는 조금 깊이 들여다보면 더 복잡한 사정이 있었다고 말한다. "흔히 코닥이 디지털 시대 변화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해 정상에서 추락했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코닥이 왜 그런 선택을 했을까요? 회사의 핵심 고객을 잘못 정의했기 때문입니다.
코닥이 생각한 주 고객은 디지털 사진을 찍을 개인이 아니라, 필름을 현상하고 인화하는 사진 현상소였습니다. 현상소들은 코닥이 디지털과 관련된 뭔가를 하려고 할 때마다 '큰돈 들여 기계를 샀는데 누구 사업 말아먹게 할 일 있냐'며 반발했습니다. 코닥은 주력해야 하는 고객군이 달라졌다는 것을 빨리 깨닫고 개인용 디지털 카메라를 팔아야 했습니다. 핵심 고객을 재(再)정의하지 않고 기존 시장에 안주한 게 코닥의 치명적인 실수였습니다."
찬디 교수는 "내 고객이 누구인가를 아는 것이 혁신의 기본"이라고 말한다. 기업은 사업 환경 변화에 따라 회사가 집중해야 하는 핵심 고객이 달라지지 않았는지 늘 촉각을 곤두세우고 핵심 고객을 끊임없이 재정의해야 한다는 것이다.
―핵심 고객을 재정의하는 것을 혁신의 중점으로 보셨습니다.
"한국에서 저에게 돈을 보낸다고 합시다. 보통 어떻게 하나요? 우선 은행을 통해야 할 겁니다. 인터넷 뱅킹이든 모바일 뱅킹이든 은행 계좌가 있어야 하죠. 아프리카 케냐에는 '엠페사(M-Pesa)'라는 모바일 머니 서비스가 있습니다. 휴대전화로 돈을 주고받는 서비스입니다. 은행 계좌는 필요 없습니다. 휴대전화 번호를 이용해 간단히 상대방에게 돈을 보낼 수 있습니다. 2007년 서비스 출시 이후 현재 케냐 성인 인구의 절반 이상이 엠페사를 쓰고 있죠.
보통 인터넷 송금 서비스는 은행을 고객으로 생각해 이들과 제휴하려 하기 쉽습니다. 그러나 엠페사를 출시한 케냐 통신사 사파리콤과 영국 보다폰은 엠페사의 고객을 케냐 국민 전체로 정의했습니다. 사실상 대다수 케냐 국민이 은행을 이용하지 못하고 있었으니까요. 케냐인들은 돈을 집 안에 보관하고 다른 지역에 송금할 때는 버스 운전사에게 부탁하곤 했습니다. 사파리콤과 보다폰은 기본적 금융 서비스에 접근할 수 없었던 케냐 국민의 절실함을 꿰뚫어봤습니다. 당시 케냐의 은행은 이들을 '금융 소비자'로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단지 돈이 안 되는 가난한 사람들로만 봤죠."
―고객을 재정의하려면 고객이 바뀌는 것을 알아야 하는데, 이를 찾아내는 게 쉬운 일은 아니지 않을까요?.
"경영자가 새 아이디어에 개방적인 태도를 갖고 세상의 변화에 민감해야 합니다. 소비자와 산업의 빠른 변화 속도에 뒤처지면 안 됩니다. 경영자 스스로가 모든 트렌드를 따라가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습니다. 어느 곳을 보고, 누구에게 어떤 조언을 받을지를 알면 됩니다. 인내심도 있어야 합니다. 급진적인 아이디어는 개발·출시까지 오랜 시간이 걸립니다. 4D 카메라를 개발했더라도 소비자가 당장 원하지 않고 기꺼이 돈을 내려 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그렇게 되면 다른 것으로 눈을 돌리고 싶은 유혹에 빠지죠. 투자자들이 의문을 제기하고 스스로도 진전이 없다는 사실에 좌절하게 되니까요. 하지만 보이지 않는 곳에서 변화는 계속 일어납니다. 혁신은 흥분, 공포 등이 모두 나타나는 긴 과정입니다. 시장이 준비될 때를 기다릴 줄도 알아야 합니다."
―기존 사업이 잘될수록 고객이 재정의되는 변화에 무뎌지고 현실에 안주하고 싶어 하지 않을까요.
"그런 우(愚)를 범하지 않으려면 항상 미래를 생각해야 합니다. 회사가 잘나갈수록 오만함을 멀리해야 합니다. 이미 가지고 있는 것을 지키는 데 신경 쓰기보다는 늘 그다음을 생각해야 하죠. 지금 잘 팔리는 제품보다는 앞으로 어떤 걸 팔아야 할지를 얘기하는 겁니다. 미래 소비자는 어떨지, 지금과 어떻게 다를지를 생각해봐야 합니다. 애플의 음악 파일 플레이어 '아이팟'은 출시 후 바로 인기를 끌지는 못했습니다. 시장을 평정하는 데 몇 년이 걸렸죠. 아이팟은 한때 애플 매출의 절반 이상을 차지했지만 지금은 거의 자취를 감췄습니다. 누가 퇴출시켰을까요? 바로 애플 스스로입니다. 애플은 기존 제품 잠식을 마다하지 않고 아이폰이라는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고 키웠습니다. 아이팟의 목적인 음악 듣기 기능은 아이폰에 흡수됐습니다. 아이폰 고객은 아이팟 시장의 고객보다 훨씬 다양하고 광범위합니다. 현재의 비즈니스 모델을 약화시킬 가능성이 있어도 새로운 사업을 적극적으로 찾아야 합니다."
김남희 기자
= 시사점 =
내 고객이 누구인지 세분화해서 한명을 딱 정의해야 한다. 그 한명을 전세계에 흩어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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