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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희생활과학, 한경희 대표,스팀청소기, 스팀다리미, 침구청소기, 주방 등 생활가전 전문업체

by 기프트데이 판촉물 2016. 1. 26.

 

 

사진캡처 : 한경희생활과학 www.ihaan.com,  한경희생활과학, 한경희 대표,스팀청소기, 스팀다리미, 침구청소기, 주방 등 생활가전 전문업체

한경희생활과학 한경희 대표

2016-01-26

한경희생활과학의 한경희(52) 대표를 만나고 싶어진 건 뜬금없게도가위때문이다. 결혼 후 삼시 세끼 차리기의 어려움을 호소하던 친구 하나가 지난해 연말 모임에서 눈을 빛내며 이렇게 말했다. “, 신기한 가위가 있더라고. 칼처럼 깍둑썰기도 막 되더라니까. 요새 이것 때문에 요리가 좀 편해졌어.” 검색을 해 보니 한경희생활과학에서 내놓은한경희 가위칼 싹둑이야기였다.

지난해 12월 출시된 이 제품은 칼질에 서툰 초보 주부, 혼자 사는 젊은이들의 큰 관심을 모으며 현재까지 5억여원의 매출을 올렸다. 스팀청소기, 스팀다리미로 이름난 가전제품 전문 회사에서 가위라니? 호기심이 일었다. 지난 20일 오후 서울 금천구 가산동 디지털단지 외곽에 있는 한경희생활과학 본사를 찾아갔다. 자그마한 체구의 한 대표는말주변이 없어 인터뷰를 잘하지 않는다며 수줍어했다. 특히 최근 2~3년 사이엔 언론과 인터뷰를 거의 하지 않았다고 했다.

그래서인지한경희라는 이름은한경희 스팀청소기로 소비자들에게 각인됐지만, 그의 얼굴이나 회사를 일궈낸 사연 등은 널리 알려지지 않았다. 느릿느릿 조근조근 이야기를 시작한 한 대표의 목소리는 가위 이야기에서 갑자기 높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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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전 회사에서 가위라니, 의외였어요
.

내가 결벽증 비슷한 게 있어요. 호박 하나를 자르고도 도마를 박박 닦고 건조까지 시켜야 직성이 풀리는 성격이에요. 설거지를 할 때마다아 진짜, 도마 좀 안 쓰고 살 수 없나생각했거든요. 한국 주부들은 김치를 썰 때 가위를 주로 쓰는데, 당근·연근처럼 딱딱한 채소나 물렁한 고기, 두부까지 그냥 가위로 쓱쓱 자를 수 있으면 참 편리하겠다 싶었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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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생각을 한 주부가 많았을 것 같아요
.

저도 10년 전부터 생각은 했는데 공학적으로 실현하는 게 쉽지 않더라고요. 5년 전에 한번 도전했다 실패하고 최근 1년 정도 집중적으로 다시 시도했어요. 연구원들이가윗날 각도를 찾아내느라 진땀을 뺐죠. 사업을 할수록 느끼는 건데 아이디어는 중요하지만 또 그렇게 중요하진 않아요. 제품으로 만드는 건 90% 이상이 실행력이더라고요
.”

생활 속 아이디어를 기반으로 성공을 일군 중소기업 여성 최고경영자(CEO)다운 대답이다. 2000년대 초반 가열한 스팀으로 바닥을 청소하는 스팀청소기 열풍 역시쭈그리고 앉아 걸레질하기 싫은주부로서의 경험에서 출발했다.

신생 회사인 한경희생활과학에서 스팀청소기를 내놓았을 때, 삼성전자 등 대기업에서왜 이런 제품을 생각해내지 못했느냐며 임원들을 질책했다는 이야기가 있을 정도다. 이후에도 주부 CEO의 혁신은 이어졌다. 옷을 옷걸이에 걸어둔 상태로 다림질을 할 수 있게 한 세우는 스팀다리미, 두드림이 필요 없는 진동파운데이션 등신통방통한제품들을 연이어 내놓아 소비자들의 열광적인 지지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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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업을 시작한 계기가 있었나요.

사업가의 꿈이 있었던 건 아니에요. 하지만 내 힘으로 뭔가 해내겠다는 열망이 강했던 것 같아요. 대학(이화여대 불문과) 때는 교사 출신의 엄한 아버지에게서 독립하겠다며 두 번이나 가출을 시도했다 실패했고 외국으로 나가는 방법밖에 없단 생각에 외국어 공부에 죽도록 매달렸죠
.

저를 뽑아달라고 국제올림픽위원회(IOC) 본부에 편지까지 써 졸업과 동시에 스위스로 떠났는데, 일이 적성에 맞지 않았어요. 그 뒤로도 2년 주기로 회사를 옮겨다녔죠. 그렇게 끈기가 없어 어떡하느냐는 말도 많이 들었는데, 제가 진짜 하고 싶은 일을 찾아가는 과정이었던 것 같아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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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을 그만두고 사업을 시작했는데
.

“30
대 초반에 한국에 들어와 교육부 행정사무관에 합격했어요. 대기업에 다니던 남편과 만나 1996년 결혼했고, 97년과 99년 연이어 두 아들을 낳았죠. 둘째 출산휴가 중에 스팀청소기 아이디어가 생각났어요
.

주로 주말에 대청소를 했는데 바닥에 쪼그리고 앉아 걸레질하는 게 제일 힘들더라고요. ‘이건 내가 아니면 아무도 못 만들 것이란 확신이 왔어요. 기술자 중 어떤 분이 5000만원에 6개월이면 개발할 수 있겠다 하는 거예요. 바로 사표를 냈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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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대로 잘 풀린 건가요
.

웬걸요. 2년 동안 7억원이 넘게 들었어요. 우리 집은 물론 시댁·친정집까지 담보로 잡히고 가족의걸어다니는 민폐가 됐죠. 성능이 안 나와 만들어놓은 제품을 전량 폐기하기도 하고, 그렇게 2001년에야 제대로 된 제품을 낼 수 있었어요. 원래 하나에 꽂히면 끝장을 볼 때까지 파고드는 성격이에요. 절실하니까 매달리게 되더라고요. 절실함이란 게 인간의 가장 큰 저력이라고 지금도 생각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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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절실함은 어디서 나왔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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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족함, 그리고 그걸 채우고 싶은 열망인 것 같아요. 저는 콤플렉스가 많은 사람이에요. 어릴 적부터 워낙 행동도 느리고 손재주가 없었어요. 친구들이 제가 뭔가 만드는 걸 보면 답답하다, 슬로비디오 보는 것 같다고 할 정도였으니까. 요리도 잘하고 살림도 능숙했으면, 스팀청소기도 가위칼도 없었을 거예요. 내가 못하니까, 나 같은 사람들에게 필요한 걸 내 손으로 만들고 싶다, 그런 생각을 많이 했죠. 결점들이 지금의 나를 만든 거예요.”


사업 초기에는 가전 회사의 여성 사장이라는 이유로 오해도 많이 받았다. 스팀청소기를 들고 유통업체를 돌았지만, 남성 MD(merchandiser)들은 제품 자체를 이해하지 못했다. “요즘 진공청소기가 얼마나 좋은데, 누가 스팀청소기를 사겠느냐는 말만 되풀이했다.

정부의 중소기업 지원 프로그램에 신청서를 내러 갔을 땐남편이 부도내고 도망쳐 바지사장으로 대신 나섰느냐는 말까지 들었다. ‘세상에 없던 상품을 만들겠다고 나섰지만 곧 비슷한 상품이 우후죽순처럼 쏟아져 나왔다. 2013년과 2014년에는 연이어 적자가 나 위기설이 나오기도 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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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매각설이 돌기도 했는데
.

계속 위기였고 지금도 위기예요. 기발한 상품을 내놓아도 그 프리미엄이 오래가지 않아요. 스팀청소기가 히트하니 국내 대기업은 물론 중국 회사들까지 앞다퉈 비슷한 상품을 내놓더라고요. 다각화했던 사업들을 정리하고 초심으로 돌아가가족을 행복하게 만드는 제품을 만드는 데 집중하려고 해요
.”

=이영희 기자 misquick@joongang.co.kr[중앙 2016.1.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