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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책책 이야기/지식비타민

동부제철 몰락의 교훈

by 기프트데이 판촉물 2016. 1. 26.

 

사진캡처 : 동부제철 www.dongbusteel.co.kr 동부제철, 철강재 생산업체, 냉연, 아연도, 전기 아연도금, 칼라 및 석도 강판

동부제철 몰락의 교훈

2016-01-25



지난 11일 서울 포스코센터에서 열린 철강업계 신년인사회. 권오준 포스코 회장을 중심으로 주요 철강사 최고경영자(CEO)들이 건배를 할 차례였다. 이때 김창수 동부제철 사장이 이순형 세아그룹 회장에게 더 안쪽 자리를 권하며 물러섰다. 동부제철의 변화된 위상을 대변하는 듯했다.

세아그룹은 3대 철강그룹으로 발돋움했지만 동부제철은 일관제철소를 갖춘 3대 메이저 철강사에서 바닥 없이 추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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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부제철은 2014 7월 자율협약에 들어갔고 지난해 10월 워크아웃 굴레를 쓰게 됐다. 회생을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암흑의 터널은 끝이 보이지 않는다. 채권단은 회사를 매각하겠다고 나섰지만 분위기는 냉랭하기만 하다. 권오준 회장, 우유철 현대제철 부회장, 이순형 회장 등은 동부제철 인수에 전혀 관심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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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부제철 몰락은 우리 경제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김준기 동부그룹 회장은 국내 주요 재벌 오너 중 흔치 않은 창업 1세대다. 이런 것이 강점이자 약점이 됐다. 채권단 관계자는 "그룹 수뇌부는 기업을 일군 고도 성장기 때 환경을 계속 접목하려고 했다" "금융권에서 차입해 투자를 하면 계속 성장할 수 있다고 생각했지만 시대는 변했다"고 말했다.

동부제철이 큰 재무적 부담을 지게 된 것은 당진 전기로 제철소 투자 때문이다. 당초 7000억원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됐던 당진 제철소에 결과적으로 12000억원이 넘는 비용을 투자했다. 건설 중 글로벌 금융위기라는 악재가 발생한 것은 불가항력적인 요소라고 치더라도 외부 차입에 의존해 대형 프로젝트를 건설한 것이 패착이었다.

현재 업계는 동부제철 부채가 270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한다. 제철소 투자 결정 과정에서 그룹의 미래를 생각하는 내부 임직원들의 다양한 목소리가 충분히 반영되지 못했다. 2000년대 중반 동부그룹은 삼성 출신 임원을 대거 영입했다. 비슷한 시기에 동부그룹 재무담당 인재 등 일부 핵심 인력들 이탈이 있었다. 동부그룹에서 근무했던 한 퇴직자는 "당진 제철소 건설과 관련해 반대 의사를 갖고 있던 일부 인재들은 회사를 떠났다"고 지적했다. 삼성 포스코 등 다양한 외부 출신이 동부제철 핵심 경영진을 맡았지만 잦은 교체가 있었던 것도 문제로 지적됐다.


경쟁력이 없는 사업은 환부를 도려내듯 신속하게 구조조정을 했어야 하지만 그런 시도가 미진했다는 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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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부그룹은 흔치 않게 보험, 증권 등 금융 계열사를 거느리고 있다. 호황기에는 강점이었던 이런 사업 포트폴리오가 오히려 제 발등을 찍는 결과를 초래했다는 분석도 있다. 동부화재가 안정적으로 수익을 냈기 때문에 위기의식이 떨어졌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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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이 좋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동부제철이 제철소 건설을 결정한 200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철강은 공급자가 갑(
)인 시장이었다. 워낙 수요가 좋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글로벌 금융위기, 중국 성장 둔화는 이런 시장 구조를 정반대로 뒤집어놨다. 현대제철이 비슷한 시기에 고로(高爐)를 지은 반면 동부제철은 전기로에 투자했다. 미국 뉴코어에서 시도한 기술을 도입해 분진·소음 등을 최소화한 세계 최대 전기로를 지었다. 그러나 철광석, 석탄을 녹이는 고로에 비해 고철을 녹여 쇠를 만드는 전기로는 제품 품질이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설상가상으로 2009년 동부제철 제철소 완공 시 공급 과잉이 벌어지며 어려움이 가중됐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고철을 녹여 최고급 자동차 강판까지 만들어보겠다는 동부제철의 도전은 높이 살 만하다" "철강 경기에 대한 보다 면밀한 분석이 있었다면 오늘날처럼 어렵게 되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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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용범 기자 [매경
2016.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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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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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실패는 대기업이나 중소기업, 개인의 삶에도 마찬가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