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로키티, hello kitty
브랜드를 확보한다는 수준
2015-12-30
해마다 노벨의학상 수상 후보로 거론되는 한 뇌과학자의 오른쪽 어깨에는 한 입 베어 먹은 흔적이 선명한 사과 문신이 새겨져 있다. 애플 로고다. 그는 "오래전부터 문신을 하고 있었고, 애플을 굉장히 좋아한다"며 "마이크로소프트 로고를 문신으로 새기는 사람은 절대로 없을 것"이라고 말한다.
애플에는 마치 종교의 '신도'를 방불케 하는 일부 충성 고객이 존재한다. 설령 제품이 비싸고 하드웨어 성능이 부족하더라도 모든 분야에서 애플 제품만을 원하는 소비자가 있다. 스마트폰과 컴퓨터뿐 아니라 좀더 비싸더라도 이어폰과 마우스, USB 등 부속품도 애플의 제품으로 맞추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다. 나이, 사는 곳, 직업이 다르더라도 애플에 대한 열정 하나로 커뮤니티를 구성하기도 한다. 스티브 잡스의 사망 소식에 전 세계 애플 팬들은 각자의 SNS에 'RIP 잡스'(Rest In Peace·평화롭게 잠들기를)를 올리는 등 애도 물결을 이어갔다.
'쇼핑학'의 창시자인 마틴 린드스트롬(Lindstrom)은 "성공하는 브랜드는 종교적 요소를 가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할리 데이비슨, 애플, 헬로키티, 디즈니, 레고 등 이름만으로 소비자를 설레게 하는 브랜드를 구매하는 고객들은 단순 소비자라기보다는 철저한 신자에 가깝다"며 "어떤 땐 이성적 사고를 마비시키기까지 하는 브랜드의 브랜딩 전략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린드스트롬은 브랜딩 전문가다. 덴마크인인 그는 미국 광고대행사 BBDO의 유럽과 아시아 지사를 설립해 최고경영자(CEO)로 일했으며, 30대에 브리티시텔레콤과 룩스마트에서 글로벌 최고운영책임자(COO)를 지냈다. 현재 컨설팅사 '린드스트롬 컴퍼니'의 CEO다. 디즈니, 펩시, 필립스, 메르세데스 벤츠, 켈로그 등 글로벌 대기업이 그의 주요 고객이다. 그는 2009년 타임지가 '영향력 있는 100명'으로 선정했고, 올해 런던에서 열린 '싱커스 50' 행사에서 18위를 차지했다. 그의 저서 '오감 브랜딩'은 월스트리트저널지(紙)에서 '최고의 마케팅 도서 10'에 선정됐고, '쇼핑학'은 뉴욕타임스 등에서 '올해의 책'으로 뽑혔다.
린드스트롬은 "브랜드를 종교화하기 위해서는 브랜드를 구축하는 요소를 쪼개서 각각 일관된 특성을 부여해야 한다"며 "많은 기업가가 로고가 브랜딩의 핵심이라고 착각하지만, 로고는 아주 작은 일부일 뿐"이라고 말했다. 그는 "로고를 가렸을 때 어떤 브랜드인지 알 수 없다면 실패한 브랜딩이다. 눈을 감고서도 코카콜라 병을 잡았다는 것을 알 수 있고, 키세스 초콜릿 모양만 보고도 맛을 기억해 낸다. 이렇게 다양한 감각을 자극하기 위해 롤스로이스와 캐딜락은 신차에서 고유의 향이 나게끔 제작하고, 메르세데스 벤츠에는 아예 새 차 냄새를 연구하는 부서가 따로 있다"고 설명했다.
"브랜딩은 이성이 아니라 감성입니다. 머리로는 이해할 수 없는 비합리적 소비를 이끌어내는 게 바로 브랜딩이죠. 최근 소비자는 무언가를 믿고 따르고, 의지하고 싶은 심리가 커졌습니다. 경기 침체, 전쟁, 노령화, 범죄 등 불확실성이 가득한 시대이기 때문에 안정성에 대한 욕구가 늘어난 것이 배경입니다.
이것을 잘 이용한 브랜드 중 하나가 바로 일본 산리오사(社)의 캐릭터 헬로키티입니다. 산리오는 30년 넘게 수십억달러를 벌어들였습니다. '헬로키티는 오염되지 않은 천사다. 신이 태초에 만든 창조물이다. 헬로키티의 세상은 점점 더 번창할 것이다'라는 내용이 있습니다. 헬로키티 고객들은 제품의 질과 관계없이 헬로키티가 그려진 칫솔, 치약 등 거의 모든 제품을 사들입니다. 많은 소비자는 헬로키티가 단순히 귀여운 캐릭터를 넘어서 친구, 나를 나타내는 존재, 숭배 대상이라고 말합니다."
―광적인 신념을 종교적이라고 합니다만 종교적 요소를 가진 브랜드의 조건은 뭐가 있을까요?
"첫째로 독특한 소속감으로, 구속력 있는 커뮤니티 의식이 조성돼 있다는 점입니다. 팬들끼리 브랜드에 대한 애정을 공유하면서 구성원 간의 관계가 강해지고 강한 소속감이 일어납니다. 예컨대, 레고는 전 세계에 다양한 연령 집단으로 만들어진 레고 커뮤니티가 약 5000개 있습니다. 레고를 좋아하는 75세 할아버지라 하더라도 레고 커뮤니티에서 환영받을 수 있죠.
둘째는 목표 의식이 있는 비전입니다. 애플은 '복잡한 것을 단순하게'만드는 비전을 가지고 있습니다. 누구라도 쉽게 이용할 수 있는 기기를 만드는 것이 목표죠.
셋째는 리더나 숭배 대상이 존재해야 합니다. 천재 스티브 잡스, 동심으로 돌아가서 환상을 경험하게 하는 미키마우스 등 믿음을 투영할 수 있는 인물이나 대상이 있어야 합니다."
배정원 기자 [조선2015.12.26]
= 시사점 =
이런 지향성으로 30년을 해 보라. 그러면 이루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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