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등 기업의 조건 세 가지
2015-09-24
1965년 미국의 ‘산업 지도’는 지금과 사뭇 달랐다. 자본주의 심장부인 미국에서 매출이 가장 많은 ‘1등 기업’은 자동차 회사인 제너럴모터스(GM)였다. 같은 해 디트로이트 코보 센터에서 열리기 시작한 모터쇼는 ‘미국 제조업 신화’의 상징과도 같았다. 당시 3위 업체도 포드 자동차였다. 꼭 50년이 흐른 올해, 세상은 크게 변했다. GM은 6위로 처졌다. 독일·일본 차에 치인 탓이다. 포드도 비슷한 신세다. 반면에 정보기술(IT) 시대의 아이콘인 애플이 5위로 올랐다.
기업 세계에서도 영원한 1등은 없다. ‘정글’ 같은 경쟁이 신기술을 낳고 명멸을 부른다. 미국뿐이 아니다. 경제전문지 포브스에 따르면 2005년 세계 최대 기업은 미국 씨티그룹이었다. AIG(미국)·HSBC(영국)·ING(네덜란드) 같은 금융사도 10위 안에 들었다. 불과 10년이 지난 지금은 어떨까. 중국 금융사들이 1~4위를 싹쓸이하는 ‘격변’이 일어났다.
1등 기업으로 가는 길, 그리고 살아남는 열쇠는 무얼까. 본지는 창간 50주년을 맞아 미국·중국·일본·유럽을 두 달간 돌며 ‘글로벌 혁신 기업인’들로부터 금쪽같은 조언을 들었다. 격랑에 놓인 한국호에 필요한 ‘미래 항로’를 찾아 떠난 항해였다.
◆사람이 1등을 만든다=뜻밖에도 혁신 기업인들이 일류의 비결로 입 모아 꼽은 건 ‘세기의 발명’도 ‘최첨단 기술’도 아니었다. 바로 ‘사람의 힘’이었다. 중국 전자상거래 업체 알리바바의 마윈(51) 회장은 중국 항저우(杭州) 집무실 인터뷰에서 “시장을 선도하는 기업이 되려면 경영자가 어떤 상황에서도 낙관하는 능력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나쁘지 않은 상황이 있다면 그게 바로 나쁜 것”이라고 했다. 마윈의 이력 자체가 굴곡의 극복사였다. 그는 ‘영어강사→번역업체→보따리 장사→홈페이지 회사’의 파란만장한 고생을 거치며 직원 3만4000명의 알리바바 제국을 이뤘다.
하루가 무섭게 유행이 바뀌는 패션·유통업에서도 기업 운명은 파리 목숨이 되기 쉽다. 이 분야에서 ‘업(業)’의 개념을 바꾼 사나이가 바로 ‘유니클로’를 창업한 일본 패스트 리테일링의 야나이 다다시(66) 회장이다. 그는 인터뷰에서 “자신의 비즈니스가 세계를 바꿀 수 있다는 신념이 있어야 업계를 이끌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 역시 유니클로를 만든 뒤 은행 융자를 받지 못해 고전했다. 하지만 ‘옷은 어려운 패션이 아닌 생필품’이라는 철학을 포기하지 않았다. 플리스·히트텍 같은 히트 상품도 여기서 탄생했다.
◆장기적 안목’이 일류 밑거름=마쓰시타 창업자 마쓰시타 고노스케, 혼다 창업자 혼다 소이치로와 함께 ‘일본 경영의 3대 신’으로 추앙받는 교세라그룹 이나모리 가즈오(83) 회장은 ‘이타심’에 기반해 직원들을 배려하는 경영철학을 확립하고 공유한 게 성공의 뿌리였고, 미래에도 경쟁력을 좌우할 것이라고 봤다.
168년 역사의 독일 전기전자업체인 지멘스 지휘봉을 잡은 조 케저(58) 회장은 “창립자인 베르너 폰 지멘스는 1세기 훨씬 전에 이미 ‘단기 이익을 위해 회사의 미래를 팔지 않겠다’는 철학을 천명했다”고 말했다. 이후 경영자는 세대교체가 됐지만 ‘장기 발전의 DNA’만은 꾸준히 다져 왔다고 했다. 최근 산업계의 큰 화두인 ‘스마트 공장’ 분야에서 지멘스가 발 빠르게 뛰어들어 경쟁력을 발휘하는 배경이다.
기술 변화가 빠른 첨단 산업도 마찬가지다. 유행에 흔들리다 소리 없이 사라지는 회사가 부지기수다. 사진·동영상을 공유하는 서비스로 3억 명의 이용자를 확보한 미국 인스타그램은 다르다. 케빈 시스트롬(32) 창업자는 ‘세상의 순간을 포착하고 공유한다’는 뚜렷한 지향점을 설정했다. 그는 “무엇보다 ‘날선 비전(Razor sharp vision)’이 중요하고 250명의 직원 모두 이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게임 체인저’의 비결은 공생과 공유=국내 간판급 기업들은 최근 중국·동남아에 잇따라 공장을 세우고 있다. 현대차의 중국 충칭 진출, 삼성전자의 베트남 생산기지 등이 대표적이다. 지구촌 산업이 분업화되면서 나타난 모습인데, 이런 국제적 연합이 기업 경쟁력의 열쇠가 되고 있다.
‘글로벌 경영 유전자’가 뼛속 깊이 박힌 에어버스의 파브리스 브레지에(54) 회장은 ‘유연한 합작’을 강조했다. 에어버스 비행기는 프랑스·독일·영국·스페인 4개국이 만든다. 그는 “각국 공장에 가면 다른 국적의 직원들이 일하지만 똑같은 ‘에어버스 사고방식’이 존재한다”고 자부했다. 그게 바로 “일류를 만드는 총알”이라고 했다.
세계 최대의 물류회사를 이끄는 프랭크 아펠(54) 도이치포스트 DHL 회장은 “미국 아마존, 중국 알리바바를 경쟁자가 아닌 파트너로 본다”고 했다. 예컨대 아마존을 통해 삼성 휴대전화를 배송하면 ‘팩 스테이션’(기차역·시청 등에 설치한 화물 수취함)에서 찾아가라는 메시지를 보내는 협업 관계가 가능하다고 했다. 그는 “이런 부분에서 노력하지 않으면 업체들이 자체 서비스를 개발하고 결국 시장을 빼앗기게 된다”고 강조했다.
휴대전화 앱을 이용한 택시 호출 서비스로 ‘전인미답’의 시장을 개척한 미국 우버의 트래비스 칼라닉(39) 창업자는 “자동차 소유라는 기존 개념에 ‘공유’라는 대안을 제시해 ‘게임 체인저’가 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가난하고 오지에 사는 이웃들이 IT를 활용해 주어진 사회간접자본을 더 효과적으로 사용할 수 있게 돕는 게 우버 같은 기업의 존재 이유”라고 말했다. 지금 미국에선 우버의 사업 모델을 차용한 창업가들이 잇따르면서 ‘우버 경제(Uberized Economy)’란 용어까지 나올 정도로 파란을 일으키고 있다.
김준술 기자 [중앙 2015.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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