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역량 뒷받침 있어야 기발한 전략도 성공할 수 있다
독특한 구상으로 성공 거두면 상황 변해도 이를 고집하는 경향이 기업을 망친다.
비정규 전술-정공법의 조화가 필요하고 시대 흐름에 맞게 시스템의 핵심역량 육성에 투자하고 적극 활용하여야 하나 이를 못해 망한 기업이 있다. 동아일보 2015. 4.20 보도 내용을 보면
-------------------------------------------------------------
손자병법의 ‘세(勢)’ 편에는 ‘기정(奇正)’이라는 용어가 나온다. 적을 이기기 위해서는 ‘비정규 전술(奇)’과 ‘정규 전술(正)’ 둘 다 잘 활용해야 한다는 뜻이다. 비정규 전술은 매우 기발하다는 특징을 갖고 있기 때문에 전장에서 많은 장수들은 정규 전술보다 비정규 전술을 선호한다. 기업에서도 마찬가지다. 전략 수행 시 기발한 아이디어로 목표를 달성하면 경영진은 이 방법을 고수하려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기발한 전략이 지속 가능하려면 기본적인 역량이 뒷받침돼야 한다. 다양한 기업의 사례가 이를 뒷받침한다.
1981년 4월 30일, 피플익스프레스항공이라는 신생 항공사가 미국 뉴저지 주 뉴어크와 뉴욕 주 버펄로 간의 노선에서 첫 취항에 나섰다. 피플익스프레스는 소위 ‘인민 특급’이라는 말이 시사하듯 사회주의 국가의 항공사처럼 승객들에게 항공 이외의 어떤 서비스도 무료로 제공하지 않았다. 콜라 같은 소다류나 꿀땅콩 스낵도 50센트를 받고 팔았다. 비용이 많이 들어가는 컴퓨터 시스템에 투자하는 대신 기내 승무원들이 승객들로부터 직접 탑승 운임을 징수했다. 이러한 철저한 비용절감 노력에 힘입어 처음 취항한 ‘뉴어크∼버펄로’ 노선(약 644km)의 편도 운임은 23달러에 불과했다. 같은 거리를 자동차를 타고 갈 때 드는 비용보다도 저렴했다. 낮은 운임에 대한 고객들의 반응은 뜨거웠다. 이런 인기에 힘입어 피플익스프레스는 곧 여러 도시로 취항 노선을 확장하며 고속성장을 거듭했다.
외형은 날로 커져갔지만 문제점 역시 자라고 있었다. 승객과 노선 수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데도 전산 시스템에 투자하지 않고 전화로만 예약을 받는 시스템을 고집했다. 이로 인해 경쟁사에 빼앗기는 잠재 고객 수가 하루 6000명가량으로 추산됐다. ‘오버부킹’ 문제도 큰 걸림돌이었다. 손님들이 예약을 취소하지 않고 다 몰려들면 승객 중 상당수는 예약하고도 비행기를 타지 못했다. 그 결과 피플익스프레스에는 ‘피플 디스트레스(People Distress)’라는 불명예스러운 별명이 꼬리표처럼 따라붙었다. ‘급행(express)’ 서비스가 아니라 ‘고통스러운(distress)’ 경험만 안겨준다는 이유에서다.
피플익스프레스는 1985년 10월 프런티어항공을 인수했다. 프런티어항공의 전산시스템을 가져다가 문제를 해결하려고 했다. 하지만 ‘풀 서비스’ 항공사였던 프런티어항공과 저비용 항공사였던 피플익스프레스의 시스템은 도무지 맞지가 않았다. 프런티어항공의 엄청난 부채도 문제였다. 피플익스프레스가 한때 1억 달러에 달했던 사내 유보금을 프런티어항공의 부채 및 이자를 갚는 데 써 버려야 했을 정도다. 이후로도 상황은 더욱 악화돼 피플익스프레스 경영진은 프런티어항공을 인수한 지 1년도 안 돼 회사 전체를 매각했다.
피플익스프레스는 낮은 운임을 가능케 한 기발한 구상을 실천에 옮기면서 혜성처럼 등장했다. 그러나 회사의 성장에 걸맞은 핵심 역량을 키우는 노력을 게을리했다. 그 대가는 회사의 소멸이었다. 부상도 빨랐지만 첫 취항부터 불과 6년도 안 돼 사라질 만큼 몰락도 빨랐다.
김경원 디큐브시티 대표
-시사점-
기업의 기본적인 경영정보시스템의 도입 구축을 무시하고 경영이 아니라 구멍가게식 장사만 한 결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