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을 기회로 삼는 마케팅 전략
최근 세계 경제와 한국 경제의 성장세가 둔화되고 있다. 이에 따라 소비 감소와 기업 매출 및 수익 감소가 우려된다. 일반적으로 많은 기업들은 경기침체기에 비용 절감을 위해 소극적인 마케팅에 집중하는 경향을 보인다. 하지만 적극적이고 창의적인 마케팅을 통해 경기침체라는 일반적인 환경을 차별화와 경쟁력 강화의 계기로 활용하는 데 성공한 기업들도 있다.
본고에서는 소비자의 구매 의사결정 단계별로 경기침체에 따른 소비 심리 및 기준의 변화를 살펴봄으로써 경기침체기에 적용할 수 있는 마케팅 포인트를 도출하였다.
①소비자 감성을 자극하라
②한결같은 고객층을 겨냥하라
③소비 우선순위를 높여라
④가격전략의 IQ를 높여라
⑤가치를 조정하라
⑥유통채널 효율을 업그레이드하라
⑦유통업체와 윈-윈 하는 지혜를 발휘하라.
불황기에 나타나는 소비자 니즈의 변화를 민감하게 포착하여 능동적으로 대응한다면 일견 악화되는 시장 환경을 경쟁력 강화를 위한 절호의 계기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 목 차 >
Ⅰ. 불황기 마케팅의 중요성
Ⅱ. 불황기 마케팅의 7가지 처방
Ⅲ. 맺음말
I. 불황기 마케팅의 중요성
‘고기 대신 스파게티, 스타벅스 대신 집에서 뽑은 커피, 1등석 대신 이코노미 좌석’. 최근 미국인들이 경기침체에 대응해 허리띠를 졸라매는 모습들이다. 이 같은 불황은 미국만의 문제가 아니다. 미국의 서브 프라임 모기지 사태, 글로벌 금융시장 불안, 국제 원자재 가격 급등 등으로 세계경제에 먹구름이 몰려들고 있다. 우리나라 경제 또한 수출 증가세가 둔화하고 있으며, 내수 회복세도 주춤하고 있는 양상이다.
불황은 기업에게 반갑지 않은 손님이다. 소비심리 위축으로 매출이 감소하고, 재고가 증가하고, 가동률이 낮아지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경기가 좋지 않을 때 기업들은 당장의 고객 유지, 비용 절감, 수익성 개선을 위해 가격 인하, 광고 및 고객 서비스 예산 삭감, 신제품 출시 연기 등으로 대응한다. 하지만 과거 불황을 성장의 기회로 만드는 데 성공했던 기업들의 사례를 살펴보면 오히려 공격적인 마케팅 활동을 강화했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불황기 마케팅 예산 조정과 재무 성과 간 관계를 조사한 결과를 보자(<그림 1> 참조). 불황기에 공격적인 마케팅을 위해 마케팅 예산을 늘린 기업의 경우 불황기 경영 성과는 다른 기업과 큰 차이가 없으나, 경기가 회복기에 접어들었을 때 다른 기업보다 월등한 성장세를 보였다. 이는 불황기의 적극적인 마케팅 활동이 기업을 한 단계 도약하게 만들 수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
그렇다면 불황기를 성장의 기회로 만들기 위해서는 어떻게 마케팅을 해야 하는가? ‘어려울수록 기본으로 돌아가라’는 말이 있다. ‘소비자의 니즈를 제대로 읽고 니즈를 충족시켜줄 수 있는 솔루션을 제공하라’는 마케팅의 기본에서 그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불황이라는 경제 환경은 기업에만 영향을 끼치는 것이 아니다. 소비자들 또한 경기 상황의 변화에 맞춰 소비 활동을 조정한다. 만일 기업이 변화하는 소비자의 심리와 행동을 파악해서 그에 맞는 매력적인 솔루션을 제안한다면 꽁꽁 닫힌 소비자의 지갑을 열 수 있을 것이다. 본고에서는 소비자들이 상품을 구매하는 의사결정 과정을 쫓아가며, 경기 상황이 어떻게 각 단계의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치는지를 살펴봄으로써 마케팅 활동에 대한 시사점을 도출하고자 한다.
II. 불황기 마케팅의 7가지 처방
소비자는 하나의 제품 및 서비스를 구매하기까지 다양한 과정을 거친다. 그 과정을 살펴보기 위해 가상의 소비자 A씨를 따라가 보자. A씨의 의사결정 과정은 다음 4 단계로 나눠볼 수 있다. 첫째, 한정된 소득 안에서 저축/투자와 소비/지출의 비중을 결정하는 예산 할당 단계. 둘째, 소비/지출 금액에서 ‘식료품비’, ‘관리비’, ‘교육비’, ‘내구재 구매비’ 등으로 소비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는 단계. 셋째, 제품 구매를 결심하고 구체적인 브랜드 및 제품을 결정하는 단계. 넷째, 구매 장소를 결정하는 점포 결정 단계 등이다. 모든 단계를 여기서 제시한 순서대로 거치진 않더라도 대부분의 소비자들이 무의식 중에 이러한 단계들을 밟아가며 소비생활을 한다.
소비자의 의사결정 단계 별로 불황기의 변화를 살펴보고, 이를 통해 불황에 대한 마케팅 처방을 찾아보자.
1. 예산 할당
A씨가 자신의 월 소득 600만원 가운데 저축/투자 및 고정지출 금액을 제외하고 남은 150만원이라는 여유 자금을 현재 소비할 것인가, 아니면 일부 금액을 저축을 할 지에 대한 의사결정은 미래 소득에 대한 기대에 따라 달라진다. 만일 미래에도 현재와 같거나 더 많은 소득이 생길 것이라는 확신이 있다면 굳이 현재 소비 욕구를 억누르면서 살 이유가 없다. 반면 미래 소득이 현재보다 줄어들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클 경우 현재 누릴 수 있는 소비의 일부를 저축을 통해 미래로 미뤄놓는다. 이 때 미래 소득에 대한 기대에 큰 영향을 주는 것이 경기 상황이다. 경기가 나쁠수록 미래에 대한 부정적인 예상을 하게 되어 현재의 여유 자산을 미래 소비로 돌릴 가능성이 커진다.
불황기의 소비 위축이 모든 소득계층에 동일하게 나타나는 것은 아니다. 소득 수준이 높을수록 경기침체로 인해 소비생활이 지장 받을 가능성이 작다. 고소득층일수록 소득에서 소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적고, 대체 소비재원이 많기 때문에 소득이 줄어들어도 소비를 동일한 비율로 줄일 필요성이 작아지기 때문이다. 반면 저소득층일 경우 소득의 상당 부문을 소비로 지출하는 형편이고 소득 이외의 대체 소비재원이 적기 때문에 불황으로 인한 고용 불안으로 소득이 줄어들 경우 소비 여력이 확연하게 떨어지게 된다.
처방 1 : 소비자 감성을 자극하라
소비자들은 불황으로 인해 예산 제약이 심할 경우에 합리적인 소비생활을 하기 위해 소비 욕구를 억누른다. 소비할 때마다 그 제품을 구매하는 것이 합리적인지 매번 이성을 통제하는 좌뇌(左腦)의 검열을 받는다. 소비에 대한 통제를 완화시켜 소비 심리를 자극하기 위한 대표적인 방법에는 감성 마케팅을 통해 우뇌(右腦)를 자극하는 방법이 있다. 애플(Apple)은 1998년 투명한 바다색의 아이맥(i-Mac)을 출시해 베이지색이 대부분이었던 PC 시장에 파란을 일으켰다. 애플의 이러한 감각적인 컬러 마케팅은 소비자들의 구매 충동을 자극해 불과 6주 만에 27만 8,000대라는 놀라운 판매고를 세웠다. 이후에도 애플은 아이팟(i-Pod)을 통해 컬러 마케팅을 이어갔다. 처음에는 하얀색을 ‘아이팟’의 아이콘으로 선택했으며, 이후 정기적으로 다양한 색상의 신제품을 출시해 소비 욕망을 자극하고 있다.
처방 2 : 한결같은 고객층을 겨냥하라
“우리의 고객은 세상에서 가장 부유한 사람들입니다. 그들은 시장경제가 좋거나 나쁘거나 언제나 부자입니다.” 한 디자인하우스 최고 경영자가 한 말로서 고소득층의 경우 경기 변동에 따라 소비 지출 변동이 적다는 의미이다. 만일 성격상 경기 변동에 의해 영향을 크게 받는 사업이라면 경기 변화에 덜 민감한 고객층을 목표 고객으로 삼고 마케팅을 전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현대카드는 2005년 국내 카드업계 최초로 초고소득층을 대상으로 한 프리미엄 마케팅을 추진했다. 대한민국 상위 0.05%만을 타깃으로 한 ‘더 블랙’ 카드. 연회비가 100만원에 달하는 데도 그에 걸맞는 고품격 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3년 만에 1,500명의 회원을 모으는 데 성공했다. 이후 이 같은 VVIP 마케팅은 백화점, 자동차, 금융 영역을 벗어나 건설, 스포츠, 농산물 등 다양한 영역으로 확대되고 있다. 소득 계층 외에도 경기 변화에 관계없이 소비 생활을 유지할 수 있는 고객층을 파악하고 이를 목표 고객으로 삼는 것이 필요하다. 한 예로 일본의 경우 10년 장기 불황 속에서 일반 소비자 계층의 구매력은 감소되었으나 신세대, 여성, 실버세대, 신독신귀족 등 새로운 소비계층이 ‘한결같은 소비계층’으로 부각되었다고 한다.
2. 소비 포트폴리오 구성
이 단계는 소비지출 가능한 금액 안에서 ‘식료품’ ‘의류비’ ‘교육비’ ‘내구재 구매비’ 등 다양한 소비 품목에 어느 정도를 지출해야 하는지 결정하는 단계이다. 소비자들은 여러 자금 용도 사이에 균형을 맞춘 합리적인 소비생활을 하기 위해 이러한 포트폴리오를 구성한다.
소비자들은 경기가 좋지 않다고 해서 모든 소비 항목의 지출액을 일괄적으로 줄이지는 않는다. 필수품의 경우 소득이 줄어든다고 해서 소비를 크게 줄일 수 없다. 또한 비내구재의 경우 부담스러운 금액이 들어가는 품목이 아니기 때문에 경기 변동에 따라 금액을 크게 줄이지 않게 된다. 반면 사치재나 내구재의 경우 구매 우선순위가 떨어지기 때문에 소비 여력이 줄어들 경우 소비를 미래로 연기한다. 그래서 경기가 둔화될수록 전체 소비지출액 중 필수품, 비내구재 소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높아지고, 반대로 사치품, 내구재 소비 비중은 낮아지는 경향이 있다.
처방 3 : 소비 우선순위를 높여라
제품이나 서비스가 어떤 소비 카테고리로 인식되느냐에 따라 소비행동은 크게 달라질 수 있다. 다음 두 가지 상황을 비교해 보자. 먼저, 5만원 짜리 공연 티켓을 구입한 후 공연장으로 가는 길에 티켓을 잃어버렸다고 하자. 당신은 이 상황에서 5만원을 내고 다시 티켓을 사겠는가? 아마도 ‘문화비’라는 소비 품목 내에서 티켓 2장 값 총 10만원을 지출하는 것이 부담스러워서 티켓을 다시 구매하기를 주저할 것이다. 이번에는 공연장에서 티켓을 구입하기로 하고 공연장에 가는 길에 현금 5만원을 분실했다고 치자. 이 상황에서 잃어버린 5만원은 ‘생활비’, 티켓을 구입하는 비용은 ‘문화비’로 여겨지기 때문에 이전 상황보다 쉽게 티켓을 구입할 수 있을 것이다. 이와 같이 제품이나 서비스가 어떤 소비 카테고리로 인식되느냐에 따라 소비자의 의사결정이 크게 좌우될 수 있다. 그렇다면 자사의 제품을 구매 우선순위가 높아 경기 변동에 상관없이 한결같이 구매되는 필수재 또는 비내구재 항목으로 인식시킬 수 있다면 고객의 마음을 좀 더 수월하게 붙잡을 수 있을 것이다.
언뜻 보면 특정 제품이 속해있는 카테고리를 바꾸는 것은 쉽지 않아 보인다. 하지만 제품 카테고리의 영역은 고정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기업의 노력에 의해서 얼마든지 유동적으로 바뀔 수 있다. 예컨대 열대성 기후인 인도네시아에서 많은 사람들이 TV나 휴대폰을 냉장고보다 필수적인 재화로 생각하는 것을 보면 이 점을 알 수 있다. 정수기나 비데도 ‘내구성을 갖고 있어 장기간 사용할 수 있는 재화’라는 면에서 내구재에 속한다. 하지만 일부 기업들이 정기적으로 사용비를 내고 빌려 쓸 수 있도록 사업 모델을 변경함으로써 내구재의 성격이 많이 흐려졌다. 내구재의 일반적인 특성인 ‘초기에 거액의 지출을 해야 한다’는 부담이 크게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3. 브랜드 및 제품 결정
불황기에 소비자들은 제품의 가격 대비 가치(Value for Money)를 신중하게 따져보고 제품을 결정한다. 불황기에 나타나는 소비행동 변화에 대한 소비자 설문조사 결과를 보자(<그림 3> 참조). 소비자들은 경기가 좋을 때보다 더 많은 제품 정보를 수집하고 더 까다롭게 대안을 비교한다. 이처럼 정보탐색과 대안 비교 과정이 좀더 이성적으로 진행되다 보니 충동구매를 할 가능성은 낮아진다. 그리고 호황 때는 새로운 기능이나 혁신 제품을 시험 삼아 구매해 볼 용기와 재무 여력이 있지만 경기가 좋지 않을 때는 모험에 따른 심리적, 재정적 위험이 크기 때문에 혁신 성향이 감소하는 경향이 있다. 따라서 기존에 사용해 보지 않은 새로운 브랜드를 구매하기보다 과거 사용 경험을 통해 어느 정도 신뢰를 갖게 된 브랜드를 다시 구매하는 경향을 보인다. 제품 기능 측면에서도 새롭고 다양한 기능이 부가된 고가 제품보다 필수기능 위주로 구성된 적정 가격의 제품을 선호한다.
‘가격 대비 가치를 따진다’는 것은 무조건 싼 제품을 원한다는 의미가 아니다. 지불하는 비용이 아깝지 않을 만큼 충분한 가치를 가지고 있는 제품을 선호한다는 뜻이다. 위의 설문조사 결과에서도 소비자들은 세일, 프로모션 등 가격 혜택을 좋아하지만 제품의 기본적인 기능이나 내구성도 여전히 중시하는 것을 볼 수 있다. 따라서 이 단계에서는 가격 대비 가치를 높이기 위한 처방으로서 가격을 조정하는 방법과 가치를 높이는 방법을 생각해 볼 수 있다.
처방 4 : 가격전략의 IQ를 높여라
불황기에 주머니 사정이 좋지 않은 고객들을 유인할 수 있는 가장 직접적인 방법은 가격 인하이다. 하지만 기업의 자원 및 역량, 소비자의 가격 민감도, 브랜드 파워 등을 고려하지 않은 단순한 가격 조정은 수익성 하락과 출혈경쟁을 유발함으로써 오히려 기업을 곤경에 빠뜨릴 수 있다. 글로벌 컨설팅 회사인 맥킨지(Mckinsey)의 분석에 의하면 S&P 1500 기업의 경우 1% 가격을 내리면 수익이 8% 감소해 5% 가격 인하로 인한 손실을 만회하기 위해서는 판매량이 18.7%나 증가해야 한다고 한다. 다행히 소비자의 가격 탄력성이 높아 가격 인하로 인한 수요 증가가 기대만큼 이루어진다 해도, 문제는 경쟁사의 반응이다. 경쟁사도 쉽게 뒤따라 가격을 낮춘다면 그 이후의 승부는 양사 중 어느 회사가 낮은 원가에 괜찮은 품질의 제품을 지속적으로 공급할 수 있는 역량을 가지고 있느냐에 따라 결정된다. 자사의 역량과 소비자의 가격 민감도를 과학적으로 분석하고 경쟁사의 다양한 대응 시나리오를 예측함으로써 가격전략의 IQ를 높여야 한다.
불황기의 가격전략 수립 시 반드시 경기회복 이후의 상황까지 함께 고려해야 한다. 가격은 일단 떨어뜨리기는 쉽지만, 소비자의 주머니 상황이 좋아진다고 해서 되올리기는 쉽지 않다. 소비자들이 추가적인 가치 상승 없이 가격이 오르는 것을 ‘공정’하지 않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불황기에는 직접적인 가격 할인으로 장부가를 조정하는 것보다 프로모션이나 로열티 프로그램, 번들링 등을 통해 소비자들에게 우회적으로 비용 혜택을 주는 것이 현명하다. 이 때 주의할 점은 우회적인 가격 인하를 통해서 결과적으로 기업이 각 고객에게 어느 정도의 가격을 받고 있는지를 따져봐야 한다는 것이다. 다양한 방법으로 혜택을 무차별적으로 주다 보면 오히려 돈을 주면서 제품을 파는 우를 범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활용할 수 있는 툴이 포켓 프라이스 폭포(Pocket Price Waterfall)이다. 포켓 프라이스 폭포는 기준 가격을 시작으로 딜러, 최종 고객에게 제공되는 할인을 순차적으로 차감해 최종적으로 각 거래로부터 기업이 순수하게 얻게 되는 수익(포켓 프라이스)을 파악할 수 있는 툴이다. 이 툴을 활용해 해당 고객과의 관계를 고려하여 차별적인 혜택을 주는 것이 수익성 향상뿐만 아니라 고객 충성도 제고에도 도움이 된다(<그림 4> 참조).
처방 5 : 가치를 조정하라
불황기에 고객이 느끼는 가격 대비 가치를 높이는 두 번째 방법은 고객에게 제공하는 가치를 조정하는 것이다. 기업이 고객에게 전달하는 가치는 크게 제품의 기능과 디자인에 기반한 제품 가치, 다양한 고객 접점에서 창출되는 서비스 가치, 브랜드에 대한 신뢰 및 감성으로 구축되는 브랜드 가치로 나눠볼 수 있다. 각 가치별로 가격 대비 가치를 높일 수 있는 방안을 알아보자.
우선 제품 가치 측면에서 실용적인 소비 트렌드에 맞춰 기본사양 중심의 제품을 합리적인 가격으로 제공하는 방법을 생각해 볼 수 있다. 한 예로 LG전자는 올해 초 필수 기능 중심의 실속형 휴대폰 ‘오렌지폰’을 출시해 불과 4개월 만에 30만대를 판매했다. 이 휴대폰은 요즘 휴대폰에 웬만하면 들어가는 DMB 기능도 없다. 카메라도 고작 130만 화소이다. 이렇게 기본 기능으로만 이루어진 저가 휴대폰이 이만한 성과를 보였다는 것은 불필요한 기능을 없앤 합리적인 가격의 제품에 대한 수요가 상당하다는 것을 입증한다.
다음으로 매장, 콜센터, A/S 등 다양한 고객 접점에서 고객이 느끼는 서비스 가치를 향상시키는 방법이 있다. 서비스 가치를 증대시키는 데는 제품 가치나 브랜드 가치처럼 R&D, 상품 기획, 커뮤니케이션 활동 등이 필요하지 않다. 따라서 상대적으로 상황에 맞춰 유연하게 조정할 수 있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불황기에 고객 서비스가 경쟁우위를 확보하기 위한 수단으로 빛을 발하는 것은 이런 이유에서다. 그런데 경기가 나빠지기 시작하면 기업들이 가장 먼저 예산을 줄이는 분야가 고객 서비스 부문이라고 한다. 고객 서비스 부문은 기업과 고객이 관계를 맺고 유지해 가는 중요한 접점으로, 서비스 질의 변화는 고객에게 민감하게 포착되어 고객 이탈과 부정적인 구전으로 이어질 수 있다. 만일 이 시점에 터치 포인트(Touch-Point) 관리를 통해 고객이 느끼는 서비스 가치를 높인다면 경쟁사의 서비스에 실망한 고객들을 수월하게 자사로 모셔올 수 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매력적인 브랜드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 방안이 있다. 소비자들이 불황이기에 기존 브랜드와의 관계를 유지하는 이유는 이 제품을 구매하면 적어도 이전에 경험한 것과 비슷한 ‘품질’ ‘서비스’ ‘이미지’를 보장받을 수 있다는 확신이 있기 때문이다. 기존 브랜드에 대한 신뢰는 꾸준한 브랜드 커뮤니케이션으로 뒷받침되어야 유지될 수 있다. 살아 숨쉬는 브랜드를 만들기 위해서는 브랜드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소비자의 마음 속에 매번 새로운, 하지만 일관된 메시지와 이미지를 지속적으로 불어 넣어주어야 한다. 하지만 불황기에는 마케팅 예산이 넉넉치 않기 때문에 자사 제품의 주 타깃 고객에게 가장 효율적으로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해 보아야 한다. 중소기업 두리화장품의 한방 샴푸 댕기머리는 효율적인 입소문 마케팅 전략으로 성공한 사례이다. 두리화장품은 주 타깃인 여성 고객이 많은 TV홈쇼핑과 미용실을 중심으로 구전 마케팅에 집중했다. 그 결과 출시 2년 6개월 만에 100만개의 판매고를 올리면서 히트 브랜드 대열에 올라섰다.
4. 점포 결정
경기가 좋지 않을수록 소비자들은 좀더 저렴한 비용으로 구매할 수 있는 유통점을 찾는다. 하지만 모든 품목의 소비가 저렴한 가격을 따라 저가 유통점으로 이동하는 것은 아니다. 가격이 높고 자아 이미지와 관련이 깊은 고관여 제품의 경우 여전히 전문점이나 백화점에서 구매하는 것을 선호한다. 관여도가 높을수록 잘못 구매할 경우 심리 및 재정적 손실이 크다. 그래서 더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고, 품질이 보장되고, 브랜드 이미지 손상 염려가 없는 전문점이나 백화점을 선호하는 것이다.
처방 6 : 유통채널 효율을 업그레이드하라
경기침체 상황은 유통채널 효율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 할 수 있는 좋은 기회이다. 경기가 좋지 않을수록 유통 채널 별 성과에서 격차가 벌어지는 경우가 많다. 까다로운 소비자들의 니즈를 바로 읽고 이들이 선호하는 매장 분위기, 가격, 제품 구색을 제공해 주는 유통 채널에는 고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반면, 그렇지 못한 유통 채널에는 고객의 발길이 뜸해지기 때문이다. 유통 채널간 성과를 비교하고 효율이 좋은 유통채널 중심으로 유통 구조를 재편함으로써 유통 효율을 올릴 수 있다.
또한 선별된 유통채널 내에서 고객이 각 유통 채널로부터 기대하는 가치를 유통 업체와 협력해서 제공해야 한다. 똑같은 화장품이더라도 할인점에서 구매하는 고객과 백화점에서 구매하는 고객은 서로 다른 가치를 선호하는 고객 세그먼트(segment)이다. 할인점을 선택한 고객은 매장의 감성적인 분위기보다 저렴한 가격과 프로모션을 더 중요하게 생각한다. 반면 백화점을 선택한 고객의 경우 정가를 지불해야 하는 부담이 있지만, 제품에 대한 자세한 정보 제공, 판매원의 고품격 배려, 브랜드에 걸맞는 감성적인 매장 분위기를 기대한다. 따라서 고객의 구매 가능성을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유통 채널 유형별로 고객의 니즈를 읽고 가치를 차별적으로 제공할 필요가 있다.
처방 7 : 유통업체와 윈-윈 하는 지혜를 발휘하라
서비스 업체의 경우 목표 고객이 특정 유통 채널을 주로 이용한다면, 해당 유통 채널과 제휴를 통해 목표 고객에게 접근하는 것도 불황기의 효과적인 마케팅 방법이 될 수 있다. 영국의 테스코 퍼스널 파이낸스(Tesco Personal Finance, 이하 TPF)의 사례를 보자. TPF는 지난 97년 영국의 대표 할인점인 테스코(Tesco)와 세계 5대 은행인 스코트랜드 왕립 은행(Royal Bank of Scotland)이 만든 조인트 벤쳐 은행이다. 인터넷과 전화 기반의 이 은행은 테스코를 통해서 수집된 양질의 고객 정보를 활용해서 금융상품을 교차판매한다. 고객에게 금융 거래를 하도록 유도하기 위해 테스코에서 물건을 구매하는 데 사용할 수 있는 테스코 클럽카드 포인트를 금융 거래액에 비례해서 적립시켜 준다. 테스코 입장에서도 고객이 포인트를 활용해 구매액을 늘리기 때문에 매출 성장에 큰 도움이 되고 있다. TPF는 자사, 고객, 유통 매장이 모두 윈-윈(win-win)할 수 있는 사업 구조를 통해 2007년 6,500만 파운드의 이익을 거뒀다. 국내 금융, 서비스, 통신 서비스 회사들도 이마트, 홈플러스 등 할인점들과 제휴해 상품을 개발, 판매하는 시도를 활발히 진행하고 있다.
III. 맺음말
대학 수학능력평가에서 난이도와 변별력은 반비례한다. 난이도가 어느 정도 높아야 실력이 있는 학생과 없는 학생이 제대로 구별된다. 마케팅도 마찬가지다. 경기가 좋을 때 충분한 현금흐름을 바탕으로 다양한 마케팅을 시도해 볼 수 있고, 뜨거워진 소비 욕망 때문에 성공 확률이 높다. 하지만 경기가 좋지 않을 때는 이것 저것 무턱대고 다양한 시도를 해 볼 재무적, 심리적 여유도 없을 뿐더러 위축된 소비 심리 때문에 마케팅 활동의 성공 가능성이 낮다. 하지만 난이도가 높은 이런 상황에서도 마케팅 내공이 있는 기업들은 적극적인 마케팅으로 위기를 기회로 만든다.
실력 있는 기업은 불황기에 어떻게 마케팅을 하는가? 답은 마케팅의 기본이자 영원한 성공 공식인 ‘소비자에게 경쟁사보다 더 나은 가격 대비 가치를 한발 먼저 제공하라’ 에서 찾을 수 있다. 불황기 소비자들의 심리와 구매행동패턴 변화에 대한 인사이트를 갖는 것이 경쟁사보다 뛰어난 가치를 창조하기 위한 열쇠이다.
- LG경제연구원 / 최경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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