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치케이의 계명재 사장(오른쪽)과 허광석 부사장이 경기도 화성공장에서 레이저가공기 신제품 개발 방향에 대해 얘기하고 있다. 김낙훈 기자
레이저가공기 생산업체 에이치케이 계명재 사장
중국의 저가 제품과 글로벌 경쟁에서 이겨내기 위해서 과감한 설비투자와 연구개발, 세계 경영 등으로 세계 속에 강소기업에 도전하고 있는 국내 시장 점유율 1위 기업이 있다. 한국경제신문 2015.7.12 보도 내용을 보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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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저가공기는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이 치열해지는 분야다. 중국의 저가 제품이 쏟아지고 있어서다. 이 분야 국내 1위 기업인 화성의 에이치케이(HK)는 과감한 설비투자와 연구개발, 세계 경영 등으로 글로벌 강소기업에 도전하고 있다.
지난 5월29일 금요일 설악산. 130여명의 에이치케이 직원이 땀을 비오듯 흘리며 설악산을 오르고 있었다. 오색에서 한계령에 이르는 코스다. 15개 팀으로 이뤄진 산행에서 선두팀은 8시간, 후발팀은 13시간에 걸쳐 완주했다. 낙오자는 단 한 명도 없었다. 창립 25주년(5월30일)을 기념해 고된 산행에 나선 것은 글로벌 시장에서의 한판 승부를 앞두고 단합과 결의를 다지기 위한 것이다
계명재 사장(57)이 인천에서 4명을 데리고 창업한 에이치케이는 국내 시장 점유율 1위를 굳건히 지키고 있다. 하지만 안주할 수만은 없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기술로 무장한 독일과 스위스 기업, 엔저로 가격 경쟁력을 갖춘 일본 기업들과 글로벌 시장에서 치열한 각축을 벌이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가격 경쟁력을 무기로 중국 기업들도 잇따라 뛰어들고 있다. 기존 레이저가공기( 레이저가공기)에 비해 기술적으로 쉬운 ‘광섬유(Fiber)레이저 기술’이 보편화돼 진입장벽도 낮아졌다.
계 사장은 “최근 2년 새 레이저가공기 회사가 세계 각지에서 우후죽순처럼 생겨났다”며 “우리가 불황에도 과감하게 투자한 것은 규모의 경제를 구현하기 위한 것”이라며 “연구개발 강화로 차별화된 제품을 개발해 글로벌 시장에서 한판 승부를 벌이겠다”고 강조했다.
뉴욕시립대에서 경영학석사(MBA)학위를 받은 뒤 귀국해 창업한 그는 이제 종업원 150명에 매출 550억원 수준의 중소기업을 일궜으나 늘 위기의식을 갖고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갈수록 치열해지는 국제 무대에서 승리하기 위한 그의 전략은 크게 세 가지다.
첫째, 연구개발 강화다. 이 회사는 독일 브라운슈바이크공과대에서 석·박사학위를 취득한 한유희 박사를 연구소장으로 영입했고 35명의 연구원을 두고 있다. 하반기에도 10~20명을 추가로 뽑을 계획인데 주로 연구 분야다. 연구소를 통해 최근 ‘엑스칼리버(Xcaliber)’라는 신제품도 선보였다. 아서왕의 보검에서 이름을 따온 이 기종은 기존 제품보다 성능을 향상시킨 것은 물론 콤팩트한 형태여서 컨테이너에 한 대를 거뜬히 적재할 수 있다. 기존 제품과는 달리 분해할 필요가 없어 운반이 편리해졌다. 상부와 하부가 분리되게 했고 상부에 핵심 부품을 넣었다. 하부는 해외 현지에서 생산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
이 장비는 오는 11월 열리는 세계 최대 판금산업 관련 전시회인 미국 시카고전시회(FABTECH 2015)와 유럽 최대 전시회인 독일 슈투트가르트 판금가공 및 용접전시회(BLECHEXPO 2015)에 출품될 예정이다.
둘째, 글로벌화와 고객밀착 서비스다. 미국 로스앤젤레스, 시카고, 애틀랜타와 중국 상하이 등에 지사를 운영 중인 이 회사는 지난해 터키와 대만에 지사를 설립했다. 올해는 유럽과 동남아 지사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브라질에 현지 생산기지를 세우는 것도 검토하고 있다.
계 사장은 “생산능력이 늘어나는 만큼 글로벌 마케팅을 강화할 생각”이라며 “현지 실정에 맞는 제품 개발과 애프터서비스가 중요해 지사를 늘리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해외에는 지사를 포함해 40여개의 딜러망을 구축해 신속한 애프터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 회사는 그 동안 미국 동남아 유럽 중남미 등 30여개국에 레이저가공기를 수출해왔다. 총매출에서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50% 수준에 이른다. 앞으로는 해외시장 개척에 더 중점을 둘 방침이다.
25년 만에 사명을 에이치케이로 바꾼 것도 글로벌 전략과 관련이 있다. 계 사장은 “한광은 ‘한국의 빛’이라는 좋은 의미를 담고 있지만 외국인이 발음하기가 어렵고 전시회에 출품하면 대부분 중국 업체로 알아 올초 사명을 바꿨다”고 말했다. 이 회사는 국내 고객이 부르면 신속하게 달려갈 수 있도록 전국적인 서비스망을 구축하고 있다. 계 사장은 “본사를 포함해 부산 창원 청주 천안 김포 인천 구리 안산 광주 등 국내 10개소에 고객센터를 두고 있고 당일 애프터서비스를 할 수 있다”고 소개했다. 그는 이어 “장비를 사전 점검하는 비포 서비스(Before Service)를 통해 문제 발생을 최소화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장비 30대당 1명을 기준으로 전문 서비스 요원을 배치할 정도로 고객만족에 중점을 두고 있다.
셋째, 규모의 경제다. 그가 불황에도 총 150억원을 투입해 지난 3월 회사 내 축구장 자리에 4층짜리(연건평 1만2000여㎡ 규모) 현대식 공장을 지은 것도 이 때문이다. 이 회사의 공장 연면적은 종전 8000㎡에서 약 2만㎡로 2.5배로 늘어났다. 생산능력은 연산 200대에서 600대로 3배로 확대됐다. 생산공정에 레일을 깔아 제품을 이동하면서 완성도를 높여가는 ‘플로(flow) 생산시스템’을 독일에서 도입했다.
이 공장에는 생산시설만 있는 게 아니다. 장비운영 교육장, 프로그램 교육실 등을 설치해 국내외 고객들이 장비에 대해 깊이 있게 배울 수 있게 했다. 계 사장은 “양질의 교육은 고객의 충성도를 높이고 새로운 고객을 발굴하는 지름길”이라고 말했다. 그는 “퀄리티넷(Quality net)이라는 독자적인 품질관리 시스템을 통해 구매-물류-생산-설치에 이르는 전 과정에서 품질관리가 꼼꼼히 이뤄질 수 있도록 했다”고 덧붙였다.
계 사장은 창업 이후 체계적으로 사회공헌 활동을 해오고 있다. 건강한 사회를 만드는 데 기업이 일조해야 한다는 소신에서다. 2008년부터는 시설아동 장학금 마련을 위한 음악회를 지원하고 있다. 올해는 10월 예술의전당에서 ‘삶과 나눔 콘서트’를 단독 후원한 뒤 여기서 나오는 수익금 전액을 ‘행복나무장학재단’에 장학금으로 전달할 예정이다.
우수 직원 확보를 위해 복리후생에도 신경을 쓰고 있다. 사내 골프연습장에선 매일 점심시간 골프강습회가 열린다. 사내 피트니스센터도 만들었다. 옥상에 하늘공원을 설치해 뒷동산을 배경으로 야외공연과 파티를 할 수 있도록 배려했고 풋살경기장도 설치했다. 특히 생산직 근로자들을 위해 이들이 틈틈이 모여 회의하고 의견도 낼 수 있도록 ‘생산직 사무실’을 깨끗하게 꾸몄다. 계 사장은 “조만간 사내 카페도 만들어 직원들이 커피와 다과를 즐길 수 있도록 할 생각”이라고 했다.
계 사장은 “기업은 제자리 걸음을 하면 퇴보할 수밖에 없다”며 “공격적인 투자와 글로벌 경영에 나서는 것은 임직원의 단합된 힘을 바탕으로 세계적인 기업으로 도약하겠다는 의지를 대내외에 보여주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김낙훈 중소기업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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