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 시점에서, 전문화 vs 다각화?
2015-07-08
전문화와 다각화 중 중견기업이 어떤 전략을 채택해야 하는가의 문제는 어떻게 하면 기업경영 성과를 지속적으로 유지하고 증진시킬 수 있는지에 대한 근본적 질문과 연계돼 있다. 모든 기업에 유용한 성장의 묘약 내지 최적의 성장 전략은 존재하지 않는다. 따라서 내부적으로 비전을 확보하고 외부적으로는 기회 및 위협요인을 잘 포착하고 대응하면서 자사에 적합한 전략을 결정해야 한다. 이런 맥락에서 기업의 사업영역을 전문화할 것인지, 다각할 것인지를 결정해야 한다.
두 가지 전략은 서로 상반되는 장단점을 갖고 있다.
전문화 전략은 선택과 집중을 통해 제한된 자원을 핵심사업에 집중적으로 투입해 핵심사업의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다.
다각화 전략은 전문화 전략에 비해 성장의 규모와 속도를 더욱 크게, 더욱 빨리 하고자 하는 전략적 선택이 되기도 한다. 특히 서로 관련이 없는 사업들을 포트폴리오에 편입시킴으로써 경기 사이클 변화 등으로 인한 리스크 분산을 도모한다. 하지만 다각화를 추구하는 과정에서 제한된 자원의 분산으로 핵심사업의 경쟁력이 저하될 수도 있다. 조선과 해운의 수직계열화를 추구하다 위기에 빠진 STX 사태에서 보듯이 수직적 계열화 형태의 다각화는 경기 사이클 연동으로 인한 리스크나 계열사 간 의존성 심화로 인한 동반 부실화 리스크에 직면할 수도 있다.
전문화와 다각화 전략 중 하나를 선택하는 것은 성장 전략 중 유기적 성장과 비유기적 성장 중 하나를 선택하는 것과도 관계가 있다. 성장의 가장 기본적인 방법론은 제품이나 기술, 혹은 비즈니스 모델의 혁신을 통해 기존 핵심사업의 본원적 경쟁력을 강화하거나 시장을 확대함으로써 주력 사업에서 성장 동력을 찾는 ‘유기적 성장(Organic Growth)’이다.
중견기업들은 보통 전문화된 사업 구조에서 유기적 성장 전략을 기본으로 했다. 2014년에 20%가 넘는 매출 신장률을 기록하면서 주가 400만 원의 신화를 기록한 아모레퍼시픽의 사례를 보면 전문화된 기업이 유기적 성장 전략만으로도 고속 성장을 할 수 있음을 알 수 있다.
아모레퍼시픽은 1970∼80년대에 과도한 다각화 전략을 추구하다 1990년대 초반에 심각한 경영 위기에 빠졌다. 이후 ‘미와 건강’으로 사업 범위를 분명하게 규정하고 본원적 사업과 관계가 없는 사업들은 모두 정리했다. 화장품, 녹차, 제약 사업만 남겼다. 이런 대대적인 사업 구조조정 과정에서 2000년대 초반까지 계열사 수를 4분의 1로 줄였다. 전문화된 기업으로 재탄생한 것이다.
1995년에는 ‘미와 건강 분야의 strong brand company’라는 비전 2005를 설정했다. 비전을 실행하기 위해 구조조정 과정에서 확보한 자금을 연구개발(R&D) 투자와 브랜드·마케팅 역량 강화에 쏟아부었다. 그 결과 외환위기에도 불구하고 한방화장품과 기능성화장품의 효시격인 설화수, 아이오페 등을 메가 브랜드로 성공시킬 수 있었다. 방판 조직과 매장에는 고객 맞춤형 솔루션 제공 기능을 더해 성과를 더욱 높였다. 최근에는 에어쿠션이라는 혁신적 제형의 쿠션 파운데이션 제품을 세계 최초로 개발해 대박을 터트렸다. 중국을 필두로 한 해외 시장 개척에도 적극적으로 임해 매출과 이익을 급속도로 끌어올렸다.
이처럼 기업 성장 전략의 가장 기본은 핵심사업에서 경쟁력을 강화하고 혁신을 도모해 시장을 확대하는 유기적 성장 전략이다.
하지만 핵심사업이 한계에 부닥쳐서 더 이상 성장 동력을 찾기 힘들거나 빨리 성장하고 싶은 기업들은 M&A나 다각화 같은 비유기적 성장 전략에 의존하기도 한다. 과거 한국 기업들은 핵심사업에서 규모를 키우고, 시장지배력을 강화하고, 신사업에 진출하기 위해 M&A를 활용하는 것에 소극적인 편이었다.
반면 구미계 기업들은 M&A를 가장 중요한 성장전략으로 사용해왔다. M&A 성공률은 그다지 높지 않았다. 미국 기업의 경우 M&A 이후 기업 가치를 확실히 끌어올리는 데 성공한 확률은 평균 30∼40% 정도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경을 넘어가는 M&A(cross-border M&A)의 경우 문화적 통합의 어려움까지 겹쳐서 성공 확률이 더욱 낮아질 수밖에 없다.
한국 기업들이 외환위기 이전 가장 애용했던 신사업 내부 진출(Greenfield investment)을 통한 다각화의 성공 확률은 어떨까. 이는 M&A를 통한 다각화의 성공 확률보다 낮다. 미국의 경우 인접영역으로의 확장 또는 관련형 다각화의 성공 확률이 25% 내외이며 내부 진출 형태의 비관련형 다각화의 성공 확률은 10%도 채 안 된다. 한국 기업들은 반도체, 자동차, 조선 등으로 비관련형 다각화를 해서 성공시킨 경험이 있다. 하지만 이는 기업 자체가 가진 역량의 힘이라기보다는 1980년대까지 정부의 내수시장 보호 정책 덕분이었다. 정부는 내수시장을 보호해주면서 경제개발계획을 수립하고 이를 통해 신사업 진출의 최대 적인 불확실성을 제거했다. 또 각종 산업정책, 파격적인 정책금융 등을 제공하며 정책적으로 육성하는 산업에서는 기업의 독과점을 용인해주기도 했다. 이러한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이 있었기에 국내 대기업들이 비관련형 신사업 진출에서 성공할 수 있었다.
현재 한국의 현실은 이때와는 다르다. 시장은 열렸고, 정부의 보호는 기대하기 어려워졌으며, 지배구조의 변화로 신사업에 대한 전사적 지원도 힘들어졌다. 따라서 한국에서도 M&A 형태가 아닌 신사업 내부 진출, 특히 비관련 분야로의 다각화를 시도할 경우 성공 확률은 상당히 낮아졌다고 볼 수 있다.
다각화 전략의 성공 확률을 높이려면
실패 확률이 놓고, 실패했을 때 리스크도 크지만 다각화 전략이 필요할 때도 있다. 다각화 전략의 성공 확률을 높이려면 어떡해야 할까.
신사업을 검토할 때는 규모, 성장률, 수익성 등 산업의 매력도를 가장 먼저 고려해야 한다. 그런데 자원이 제약돼 있는 중견기업이 신사업 진출을 통한 다각화를 추진할 때는 시장의 매력도보다도 기존 핵심사업과의 연관성에 따른 핵심역량의 이전 가능성과 시너지 창출 측면을 보다 중시해야 한다. 대기업은 신사업 진출에 실패해도 건재할 수 있지만 중견기업은 그렇지 않다. 중견기업이 신사업에 뛰어들었다 실패해 모기업의 몰락으로 이어진 사례가 많기 때문에 보다 확실히 성공할 수 있는 분야로 국한해서 다각화 전략을 추구할 필요가 있다. 내게 매력적인 사업에는 너나 할 것 없이 뛰어들게 된다.
하지만 어떤 기업이 성공할 것이냐는 신사업에 필요한 역량을 얼마나 빨리, 그리고 얼마나 충분히 확보하느냐에 의해 좌우된다. 기존 사업과 신사업이 업의 개념과 역량 측면에서의 관련성이 높아 기존 핵심사업의 역량이 신사업으로 이전되고 기존 사업과 신사업 간의 시너지가 클 때 성공 확률이 높다. 여기에서 주의해야 할 점은 동일 업종에 속해 있거나 가치사슬상 인접해 수직적 계열화가 가능하다고 해서 반드시 관련성이 높은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관련성을 고려할 때 중요한 점은 신사업의 핵심 성공요소 내지 업의 개념이 기존 사업과 얼마나 유사하냐다.
콘텐츠의 유통채널을 장악한 기업들이 콘텐츠 창출 사업으로 수직적 계열화를 통한 시너지를 추구했지만 그리 성공적이지 못한 이유도 업의 개념이 서로 달랐기 때문이다. 또 수직적 계열화를 통한 신사업 진출을 잘못하면 나쁜 품질의 제품을 시작 가격보다 비싼 가격에 계열사로부터 사야하는 상황이 생기기도 한다. 이렇게 되면 기존 핵심사업의 경쟁력 저하로 이어지는 경우도 발생해 수직적 계열화를 안 하느니만 못하게 된다.
중견기업이 신사업 진출을 통한 다각화를 추구할 때는 반드시 진입비용 및 리스크를 심각하게 고려해야 한다. 진입비용이 너무 높아서 미래에 발생 가능한 이익을 모두 잠식한다면 신사업 진출은 실패할 수밖에 없다. 기업의 신사업 진출은 성공보다 실패할 확률이 훨씬 높다. 하지만 경영자들은 신사업진출을 고려할 때 흔히 신사업의 매력성에 도취한 나머지 진입비용이나 실패의 위험성을 간과하는 경우가 많다. 신사업에 진출할 때는 “이 신사업 진출에 실패했을 때 모기업은 건재할 수 있는가?" “실패했을 때 투자 자금을 회수하면서 빠져 나올 방안 내지 철수계획(evit plan)은 있는가”라는 질문을 반드시 해야 한다. 이 질문에 대한 답이 부정적이라면 차라리 기존 사업에 더욱 집중 투자하는 것이 나을 것이다.
[송재용 서울대 경영대학 교수]
= 시 사 점 =
현 시점에선 다각화 보다는 전문화가 낫다. 다각화를 하더라도 관련형 다각화가 바람직하다. 그리고 항상 철수 계획은 세워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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