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 S푸드 www.sfoood.com
가족회사
2015-06-11
“창업 초창기 때는 가족과 친척들이 많이 도와주지만 나중에 생각이 갈리고 이해관계가 얽히면서 잡음이 생기기 시작합니다. 가족에게 받은 상처는 더 아프고 사업에도 영향을 줍니다.”
신분남 승화푸드 대표는 ‘여성시대 톡톡방’에서 ‘가족 경영’과 ‘음식’에 대해 이야기했다. 신 대표는 1984년 경동시장에서 반찬가게를 열면서 사업을 시작해 젓갈 장류 등 식품 300여가지를 제조·판매하고 반찬 전문점과 온라인 쇼핑몰을 운영하며 대기업에 납품하는 회사로 키웠다.
토론자로 참석한 신본성 퓨리 사장은 며칠 전 두 언니와 함께 대학로에 매장을 열고 장미잼 도라지잼 마늘잼 등 28가지 수제 잼을 판매하는 사업을 시작했다. 오경식 보글보글 사장은 반찬가게 ‘보글보글’ 세 곳을 어머니, 이모 등과 운영하고 있다.
○가족 회사의 잡음
오 사장은 “이모가 엄마의 반찬가게를 돕고 있는데, 가게 운영을 둘러싸고 둘 사이에 의견 충돌이 자주 생긴다”며 “내가 중간에서 어떻게 해야 할지 난감하다”고 털어놨다. 막내딸인 신 사장 역시 “암투병을 하던 아버지에게 건강 간식을 만들어 드리다가 내가 아이디어를 내 수제 잼 사업에 뛰어들었다”며 “경영은 잘 몰라 언니들의 도움을 받았는데 장점만 있는 줄 알았더니 단점도 있더라”고 했다.
듣고 있던 신 대표는 ‘가족 회사가 겪어야 하는 단계’라고 지적했다. 그는 “7남매의맏이인 내가 사업을 시작하면서 동생들부터 외숙모까지 돕겠다고 나선 덕분에 초반 가속도를 낼 수 있었다”며 “하지만 회사 덩치가 커지고 사업을 확장하면서 의견이 나뉘었고 여러 차례 고비가 닥쳤다”고 말했다.
○지분 등 투명하게 나눠야
신 대표는 “자신이 앞장서서 책임 있는 모습을 보여야만 가족 갈등이 봉합될 수 있다”며 “자녀가 쓴소리 등 중간 역할을 대신 해주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말했다. 그는 “사업을 하다가 형제자매 간 사이가 틀어지면 직접 풀기가 쉽지 않다”며 “나도 아들이 중간에 합류해 잘 정리해 줬고 친척들을 설득해 위기를 지혜롭게 넘겼다”고 설명했다. 자연스럽게 가업 승계가 이뤄지고 성장의 전환점이 될 수 있다는 점도 덧붙였다.
신 대표는 구체적으로 ‘지분 분배’를 해결책으로 제시했다. 회사가 더 커지기 전에 사업에 동참한 친척들의 몫을 투명하고 정확하게 나누는 것이 좋다는 얘기다. 복잡한 이해관계를 정리하고 주인의식이 생기면 회사가 더 클 수 있다고 했다. 그는 “‘나중에 사업이 잘되면 네 몫을 떼어줄게’라는 식으로 급한 불을 끄려는 사람이 많은데 오히려 일을 더 키우는 위험한 접근”이라고 지적했다.
○“성실히 장사하는 게 마케팅”
반찬가게를 공격적으로 확대하고 싶다는 오 사장이 “사업을 넓히려면 마케팅과 영업을 어떻게 해야 할까”라고 물었다. 신 대표는 “손님에게 진심으로 대하는 것이 진정한 마케팅이고 거래처에 성실하게 장사하는 것이 영업”이라며 기본을 강조했다.
수제 잼을 만드는 신 사장이 “(프랜차이즈 등을 하기 위해) 내가 개발한 조리법을 남에게 공개하는 게 아깝다”고 말하자 신 대표는 “사업을 한 지 30년이 넘은 나도 여전히 그 생각을 한다”고 웃으며 “유통을 하려면 (조리법 공개가) 필요하기 때문에 멀리 내다보라”고 조언했다.
김정은 기자 [한국경제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