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일하는가 / 이나모리 가스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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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번 더, 이나모리 가즈오 교세라 명예회장을
2016-02-18
일본의 고도(古都) 교토처럼 전통과 첨단이 조화롭게 어우러진 도시가 또 있을까. 신칸센에서 내린 전 세계 관광객들은 교토역 북쪽의 천년 고찰로 발걸음을 옮기지만 전 세계 비즈니스맨들은 교토역 남쪽으로 향한다. 교세라, 니혼덴산, 무라타제작소…. 일반인들에게는 낯설지만 이들 회사 부품이 없으면 스마트폰을 비롯한 전 세계 전자제품 생산라인을 멈춰야 하는 괴물 같은 부품회사들이 이곳에 둥지를 틀고 있다. 그중에서도 상징과 같은 기업인 교세라(교토세라믹)의 명성은 창업자인 이나모리 가즈오 명예회장(84)을 빼놓고는 얘기하기 어렵다. 일본은 물론 한국과 중국에서도 존경받는 경영자로 꼽히는 경영의 신(神) 이나모리 회장을 교세라 본사에서 만났다.
―명예회장의 경영철학을 배우는 세이와주쿠(盛和塾)는 세계적인 명성을 얻고 있다. 세이와주쿠에서 강조하는 첫 번째 경영 원칙은 무엇인가.
▷경영을 할 때 '왜 경영을 하는가'라는 목적 의미 의의 대의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평소 중소·중견기업 경영인들에게 "당신은 어떤 목적과 대의를 가지고 경영을 하는가"라고 묻곤 한다. 내가 생각하는 기업 경영의 가장 중요한 의의는 기업 내부 모든 직원들의 물심양면의 행복을 달성해 나가는 것이다. 함께 일하는 모든 직원들이 앞으로 행복한 인생을 살도록 만들어주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런 대의를 갖고 경영을 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얘기한다.(※세이와주쿠는 1983년 교토의 젊은 경영인들이 이나모리 회장에게 요청해 시작된 공부회로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을 비롯해 지금까지 약 1만명의 젊은 경영인들이 이곳을 거쳐갔다.)
―엔지니어 출신이면서도 경영의 신이라고 불릴 만큼 훌륭한 경영관리로 명성을 얻고 있다. 비결이 무엇인가.
▷어디에서도 배운 경험이 없다. 나는 화학 분야에서 지금까지 없었던 새로운 세라믹을 만드는 일에 몰두했고, 동시에 결과물을 팔아야 했다. 시장이 없었기 때문에 새롭게 만들어진 물질적 특성이 뛰어난 세라믹이 활용되는 모습을 보고 싶다는 생각에서 대기업에 팔러 갔다. 경영에 대해 공부하지 않았지만 연구한 것을 팔 수 있는 새로운 시장을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 다만 경영에서 회계관리는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회계학에 대해 전혀 몰랐지만 가장 기초적인 것들을 스스로 공부했다.(※이나모리 회장은 회계학을 비행기의 계기판에 비유하곤 한다. 계기판 숫자가 잘못되면 비행이 불가능한 것처럼 회계가 잘못되면 기업이 엉뚱한 방향으로 가게 된다는 의미다. 완벽주의 등 직접 제정한 회계의 7대 원칙을 지켜나갔다.)
―전 세계 경영인들이 벤치마킹하고 있는 아메바 경영의 아이디어는 어떻게 나온 것인가.
▷교세라 조직이 커지면서 혼자 컨트롤하기 힘들었다. 나와 같은 경영자로서의 마음가짐과 의식을 가지고 경영할 수 있는 직원들을 육성하기 위해 노력했다. 이런 직원들을 육성하려면 큰 조직을 최대한 작은 조직으로 나눌 필요가 있었다. 작은 조직을 실력 있는 사람에게 맡기면 성장시킬 수 있다고 생각했다. 작은 조직을 단순한 조직이 아니라 하나의 사업체로 여기며 책임자를 두고, 이런 과정에서 경영과 경영자의 마음가짐을 배울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것이 아메바 경영의 시작이다.(※아메바 경영은 큰 조직이 독립 채산이 가능한 작은 조직으로 나눠지는 것이 끝없이 분열을 거듭하는 아메바를 닮았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아메바 조직을 성공적으로 도입한 기업과 그러지 못한 기업의 차이는 무엇인가.
▷아메바 경영을 하면 회사 내에 여러 독립적인 경영 조직이 존재하게 된다. 독립적인 경영 조직은 잘되는 것처럼 보이지만 회사 전체적으로는 잘 안 되는 경우가 있다. 그래서 가장 중요한 것은 아메바 경영을 하는 사람이 '인간으로서 무엇이 옳은가'라는 훌륭한 철학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자신만이 아니라 다른 아메바도 잘돼야 한다는 생각을 가져야 한다. 아메바 조직 담당자가 훌륭한 인간성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 이런 정신을 갖도록 나는 교세라 철학에 대한 책을 만들어 이 철학에 따라 모두가 일을 할 수 있도록 했다.
―저서 '사는 법(카르마 경영)'에서 '복잡한 것을 단순하게 생각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구체적인 예를 들어 달라.
▷복잡한 현상을 교차로라고 한다면 한번에 많은 자동차가 진입하면 정체가 일어나고 굉장히 복잡해진다. 하지만 교차로에 입체도로를 만들면 복잡한 것을 단순화시킬 수 있다. 복잡한 현상을 평면에서 입체적으로, 2차원에서 3차원으로 생각하면 굉장히 간단하게 보인다. 복잡한 현상을 간단히 해결하기 위해서는 차원, 시야, 각도를 다르게 보는 것이 중요하다.
―일본항공(JAL) CEO를 맡아 단기간에 재건했다. 성공 포인트는.
▷일본항공은 본사에 일류 대학 엘리트로 구성된 기획부가 있었다. 그곳에서 여러 계획을 입안해 각 부문이 실행하는 구조였다. 하지만 기획부 직원들은 실제로 비행기를 잘 모르는 사람들이었다. 이런 구조는 올바르지 않다고 판단했다. 각자의 업무에 맞게 모두가 함께 경영하는 구조를 만들어야 했다. 직원들이 '어떤 의식을 가지고 경영을 해야 하는가'라는 철학을 공유할 필요가 있었다. 그래서 교세라 철학을 편집한 일본항공 철학을 만들어 전 사원에게 배포했다. 또 공부회를 만들어 생각과 철학을 공유하도록 했다. 각자의 위치에서 열심히 일한 결과가 일본항공의 성공이다.(※이나모리 회장은 일본 정부 요청으로 2010년 법정관리를 신청한 일본항공 회장에 취임해 1년 만에 흑자로 돌려놨고, 상장폐지 2년8개월 만에 도쿄증시에 재상장하는 기적을 일궜다. 이나모리 회장은 이때 교세라에서 아메바 경영과 필라소피(철학) 경영 담당자를 데리고 갔다.)
■ 교세라는 어떤 기업인가…
이나모리 회장이 1959년 자본금 300만엔, 직원 28명으로 설립한 세라믹부품 회사다. 설립 이후 승승장구하며 파인세라믹에서 반도체·통신·정보기기에 이르기까지 분야를 확장했다. 교세라그룹 국내외 계열사는 226개사로 그룹의 총 직원 수는 6만8185명이다. 일본 2대 통신사인 KDDI의 최대주주이기도 하다. 부침이 심한 전자통신업에서 설립 이후 단 한 번도 적자를 낸 적이 없는 초우량 기업이다. 2014년도에 매출 1조5265억엔, 영업이익 934억엔을 기록했다.
■ 이나모리 가즈오 명예회장은 누구…
1932년 가고시마현에서 태어나 가고시마대 공학부를 졸업했다. 1959년 27세 나이에 교토세라믹(현 교세라)을 설립해 세계적인 기업으로 키웠다. 1984년 DDI(현 KDDI, 일본 제2 통신사)를 설립했다. 2010년에는 경영난을 겪던 일본항공(JAL) 구원투수로 회장에 취임해 단기간에 다시 일으켜 세우는 놀라운 경영 능력을 발휘했다. 마쓰시타전기(현 파나소닉) 창업자 마쓰시타 고노스케, 혼다자동차 창업자 혼다 소이치로와 함께 일본에서 존경받는 3대 기업가로 꼽히며 경영의 신(神)으로 불린다.
[교토 = 황형규 특파원] 매경2016.2.15
= 시사점 =
삶과 기업의 본질, 인간의 본질을 꿰뚫고 있기 때문에 가능하다. 결국 "경영은 인간에 대한 것이다"라고 피력했던 피터 드러커와 상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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