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략] 스스로 바쁘게 몰아쳐야 뭔가 되는 듯한 착각
2014-05-08
하루 8시간 일해도 충분하지 않을까요? 물론 더 할수도 있죠. 일하는 것이 힐링이라는 분도 있으니 말입니다. 하지만 일과 여가를 동시에 조화시키는 방법이 있지 않을까요? 우리는 너무 지나치게 바쁘지 않나요? 중앙일보 2014.3.22.에 보도한 브루넬로 쿠치넬리의 사례를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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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8시간만 일하고 억만장자가 될 수 있을까. 유산 한 푼 없이 말이다. 가난한 농부의 아들로 태어나 ‘1일 8시간’의 근무원칙을 지키면서도 억만장자가 된 사람이 있다. 이탈리아 명품 의류 브랜드 ‘브루넬로 쿠치넬리’의 브루넬로 쿠치넬리(60) 회장이다.
캐시미어 제품은 몽골산 염소의 목털만을 고집하는 등 최고급 소재만 사용하고 앞면과 뒷면의 구분이 안 될 정도로 제품을 깨끗하게 마감하는 것이 특징이다. 이 때문에 캐시미어 카디건 하나에 200만원이 넘는 고가임에도 불구하고 회장이나 최고경영자(CEO)들 사이에서 높은 인기를 끌고 있다. ‘회장님 교복’이란 별칭까지 생겨났다.
‘VVIP’ 시장에서의 경쟁력을 입증해 보이면서 회사는 2012년 기업공개를 성공적으로 마쳤고, 회사 주식의 63%를 보유한 쿠치넬리 회장은 단숨에 억만장자(현재 재산 약 1조4000억원)의 대열에 합류했다. 이런 회사의 성공 뒤에는 쿠치넬리 회장의 인본주의(人本主義) 경영철학이 탄탄히 자리 잡고 있었다. 대표적인 게 직원들의 출퇴근 카드를 없애고 회사 내 직급을 폐지한 거다. 본사가 있는 이탈리아 중부의 작은 마을인 솔로메오에서 최근 그를 만나 봤다.
- 억만장자의 하루 일과는 어떨지 궁금하다.
“오전 5시에 일어나 수영과 티베트 체조를 한다. 오전 8시부터 오후 1시까지 일하고 한 시간 반 동안 점심을 먹은 후 오후 2시 반부터 5시 반까지 일한다. 퇴근 후 젊은 친구들과 축구를 하고 집에 와 손녀 빅토리아와 즐거운 시간을 보낸다.” 지역의 젊은이들이 브루넬로 쿠치넬리 본사 내 장인 학교에서 니트 제작 과정을 무료로 수강하고 있다.
- 정말 하루 8시간만 일하나.
“(웃으며) 나뿐 아니라 직원들도 5시 반이면 퇴근한다. 오늘 피곤한데 내일 아침에 창조적인 일을 할 수 있나. 오늘 저녁 가족과의 관계가 불안한데 내일 일에 집중할 수 있나. 당연히 없다. 대신 더 집중적으로 일한다. 근무 시간 동안 휴대전화를 사용하지 않고, 쓸데없는 잡담으로 시간을 낭비하지 않는다. 칭기즈칸이 말했던 것처럼 ‘중요한 건 속도’다. 휴식은 내가 앞으로 가야 할 지점을 끊임없이 생각하게 만든다.”
- 당신이 가야 할 지점은 어디인가.
“인간의 노동에 대한 경제적인 존엄과 도덕성을 지키는 것. 이것이 내 인생의 목표다. 회사 입장에서 볼 때 한 축엔 ‘사업’과 ‘캐시미어’가 있고, 또 다른 축엔 ‘윤리’와 ‘도덕’과 ‘존엄’이 있다. 이것의 총체가 회사의 이익이자 이점이다. ”
- 인본주의에 관심을 갖게 된 배경은.
“농부의 아들로 태어나 부모님·형제들과 함께 힘들게 일했다. 15살에 도시로 이사했지만 아버지는 공장 노동자로 비참한 삶을 살아야 했다. 당시 나의 꿈은 공장에서 일하는 것이었고 학교에서 엔지니어링을 전공했다. 그러나 많은 철학 책을 읽으면서 도덕적인 것에 눈을 떴다. 칸트의 말처럼 ‘머리 위에 별이 있다’. 높고 도덕적인 것을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인지 고민했다.”
- 이익을 추구하는 기업이 어떻게 인본주의를 실현할 수 있나.
“회사 운영에서 중요한 건 규칙과 존중, 도덕이다. 내가 당신에게 ‘잘했다. 이건 네가 책임지고 잘해봐’라고 말하면 어떤 기분이 들까. 반대로 ‘넌 전혀 이해를 못 하고 있고, 당장 그 일에서 손을 떼’라고 하면 어떨까. 이런 것들이 회사 내에서 최소한 지켜야 하는 행동 양식이다. 존중을 받으면 책임감이 생긴다.”
- 왜 목표를 실현할 장소로 솔로메오를 택했나.
“첫째는 일하기 위해, 둘째는 인간성 복원을 위해, 셋째는 마을 공동체의 복원을 위해서다. 마을의 삶은 정신적으로나 경제적으로 빈곤하지 않다. 인간적이고 휴머니즘이 가득하다. 난 항상 장소가 주는 평화로움과 아름다움이 인간의 창의성을 키우고 공동체의 가치를 키워준다고 생각해 왔다. 모두가 자신의 역할을 가지고 공동의 성장을 위해 기여할 수 있다. 우리가 이루는 건 구성원 전체가 각자 이룬 것들의 집합체다.”
인터뷰가 끝나자 시계는 오후 5시30분을 가리키고 있었다. 그가 퇴근해 축구장으로 달려갈 시간이었다. 브루넬로 쿠치넬리는 사업을 시작한 지 7년 만인 1985년 본사를 솔로메오라는 작은 마을로 옮겼다.
14세기에 지어진 오래된 고성 마을을 사들인 그는 마을 재건 프로젝트에 돌입했다. 14세기의 벽화나 돌 장식 등을 최대한 살리면서 현대적으로 건물을 복원해 본사로 사용하고, 극장과 원형극장을 만들어 지역 사회가 활용할 수 있도록 했다. 17세기 교구와 교회, 고대 도로망 등 문화재 복원뿐 아니라 지역의 대학과 공공 기관에 재정 지원을 하고 있다. 또 본사 내 학교를 지어 23~27세의 지역 젊은 학생들에게 니트를 제작하는 기술을 무료로 가르치고 있다. 젊은이들이 안정된 직장을 얻을 수 있도록 하고, 이탈리아 장인의 명맥이 끊기지 않게 하기 위해서다. 6개월 과정으로 매달 700유로의 임금은 정부에서 제공하고 회사는 교육비를 부담한다.
김경진 기자
= 시 사 점 =
스스로를 바쁘게 몰아쳐야 뭔가 되는 듯한 착각에 빠지만 안된다. 일의 진정한 성과, 즉 큰 성과는 여유를 가질때 나온다.
지타의 지식비타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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